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최소 40%로 상향할 계획을 16일 내놓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현실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이상적 목표”라는 지적이 많다. 배출 규모가 가장 큰 발전 부문만 보더라도 핵심 전원인 석탄발전소 10기가량을 추가로 폐쇄해야 해 수급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철강과 정유 화학 공정은 배출 기준을 맞추기 위해 가동률을 강제로 낮춰야 할 판이다.
송 대표가 16일 제시한 NDC 상향 목표치(2017년 대비 40% 감축)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추가로 감축해야 하는 국가 전체 온실가스 규모는 2억 8,300만 톤으로 추산된다. 현재 NDC(2017년 대비 24.4% 감축)에 따른 감축 목표치보다 1억 1,000만 톤 불어난 규모다.
추가 감축량을 현재 부문별 배출 비중에 따라 분담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전체 배출량의 37%를 차지하는 발전 부문의 경우 4,070만 톤의 온실가스를 더 감축해야 한다. 석탄발전 한 기가 연간 300만~40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점을 감안하면 9년 내 석탄발전 10기 이상을 추가로 멈춰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사이 대체 전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기저 발전인 석탄발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전원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사실상 유일한데 주민 반발에 막혀 LNG 발전 신설 계획이 번번이 좌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남동발전은 지난 3월 대구시에 1.1GW 규모의 LNG 발전소를 세우려다 대구시와 주민 반대에 사업을 철회한 바 있다. 대체 전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석탄발전 폐쇄만 밀어붙일 경우 전력 수급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LNG 발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수급 계획을 새로 내놓는 대로 발전소 건설에 바로 착수한다 한들 가동까지는 최소 8년이 걸린다”며 “LNG 발전소가 하수처리장이나 쓰레기 소각장처럼 혐오 시설로 낙인찍힌 터라 실제 가동 시기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산업 부문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산업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비중이 전체의 36%를 차지하는 만큼 NDC 상향에 따라 지금보다 3,960만 톤가량을 더 감축해야 한다. 포스코(2019년 기준 8,148만 톤)나 현대제철(2,224만 톤) 등 대형 철강 업체의 공정 전반을 무탄소 공정으로 탈바꿈해야 맞출 수 있는 수치다. 하지만 대체 공정으로 거론되는 수소 환원 제철 공정의 경우 전환 시 수조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데다 실현 가능성도 담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철강 공정뿐 아니라 정유 화학 등 다른 탄소 다배출 공정 역시 대안이 마땅하지 않은 터라 상향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서는 공장 가동을 줄여야 할 판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일부 정유 업체들은 배출 허용치를 맞추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을 감안하더라도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면서까지 탄소 감축을 압박하는 게 적절한가 싶다”고 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