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이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화평정영과의 관계를 감출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중국 정부의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 차단 때문이다. 게임업계는 판호 발급 문제를 민간기업이 풀 수 없는 만큼 정부가 직접 나서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 2017년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 이후 외자판호를 받은 국산 게임은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와 인디 게임인 ‘룸즈’ 단 2개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 게임은 한국 시장을 맘껏 공략하는 ‘불공정 무역’이 벌어지고 있다.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의 내수시장 비중은 86.2%로 판호 발급이 중단된 지난 2017년의 68.6%에서 2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업계는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가능성에 희망을 걸었지만 방한이 불발되고, 한중 관계가 지지부진하며 판호 발급 가능성도 옅어지고 있다. 올해 초 외교부와 문체부 장관이 교체된 이후 그나마 희미하게 이어져오던 판호 발급 논의가 사라졌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판호 발급이 재개되더라도 강화된 심사의 장벽이 남아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중국의 우수한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는지’, ‘게임주제와 방식, 캐릭터가 사회주의 가치관에 부합하는지’ 등을 심사하는 새로운 판호 발급 기준을 도입했다. 국내 게임업계가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기획 단계부터 중국 정부 입맛에 맞게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