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국내 사업과 해외 사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쿠팡(주) 이사회 의장과 등기 이사에서 물러나 쿠팡의 해외 진출을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국내 사업에서는 안전관리와 기술개발에서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핵심 경쟁력인 물류센터 투자에 더욱 속도를 낸다.
쿠팡(주)는 지난 11일 주주총회를 열고 김 의장이 국내에서의 공식 지위를 모두 내려놓고,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김 의장은 앞으로 뉴욕 상장 법인인 쿠팡 Inc.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에 전념한다. 기존 김 의장 자리인 쿠팡(주) 이사회 의장은 강한승 대표가 새롭게 맡는다.
김 의장을 중심으로 쿠팡은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은 지난 3월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당시 제출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신고 자료에서 “우리 사업을 다른 국가로 확장할 수 있다”며 해외 진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쿠팡은 이달 초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 지역에서 즉시 배송 서비스 ‘쿠팡’의 시범 운영을 시작하며 일본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또 쿠팡은 싱가포르 진출도 계획 중으로, 최근 현지에서 최고운영책임자, 물류·리테일 부문 대표 등을 모집하고, 물류·마케팅·정보기술(IT) 부문 등에서 실무자와 임원 등을 뽑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해외뿐만 아니라 기존 국내 사업의 전문성도 높이기 위해 신임 이사에 유인종 안전관리 부사장과 전준희 개발총괄 부사장을 새롭게 선임했다. 지난 9월 삼성그룹에서 쿠팡으로 합류한 유 부사장은 산업안전 전문가로, ‘쿠팡 케어’로 대표되는 근로자 안전 정책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 부사장은 구글, 우버 등을 거친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링 분야 전문가로, 지난해 7월 쿠팡에 합류했다. 앞으로 로켓배송을 비롯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물류센터도 지속 투자해 ‘전국 로켓생활권’ 실현에 박차를 가한다. 이날 쿠팡은 부산광역시·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17만㎡ 규모의 신규 물류센터를 건립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투자 금액만 2,200억 원에 달하며, 쿠팡 측은 3,000개 이상의 직접고용 효과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했다.
쿠팡은 오는 2024년 준공 예정인 부산 물류센터를 상품 관리·배송 동선 최적화 등 유통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복합한 혁신 기술들을 망라한 첨단물류시스템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또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앞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및 해외 진출 시 중요 거점으로 활용하고, 소상공인의 해외 판로 개척에도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로써 쿠팡의 올해 국내 물류센터 신규 투자 규모는 1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 3월 NYSE에 상장한 이후 쿠팡은 같은 달 전라북도, 4월 경상남도, 5월 충청북도와 신규 물류센터 건립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총 예상 고용 인원은 9,500여 명이고, 전체 면적은 축구장 100여 개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날 부산광역시청에서 열린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박대준 쿠팡 신사업부문 대표는 “부산에 건립될 물류센터는 신항만과 인접해 입지적인 강점이 뛰어나 쿠팡의 해외진출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를 통해 부산 지역사회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소상공인들의 사업 지원을 확대하며 지역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