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주기적 치료 필수인데...조현병 환자 '접종 하세월'

통원치료 환자는 우선 접종 제외

코로나로 치료 어려워 큰사고 우려

감염 사망위험도 일반인보다 높아

질병청 "3분기엔 먼저 접종 고려"

서울 강동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지난 12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서울 강동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지난 12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집에서 홀로 생활하는 30대 조현병 환자 A 씨는 얼마 전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 순서를 손꼽아 기다려왔다. 질병관리청이 올해 1·4분기 정신병원과 정신요양병원 등에 입원한 정신질환자들을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백신 접종을 진행했던 만큼 자신과 같은 조현병 환자에게도 머지않아 순서가 돌아올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처럼 통원 치료를 받는 정신질환자들은 백신 우선 접종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고는 기운이 빠졌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가 1,4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조현병 환자들은 여전히 백신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치료 시설 이용에 애를 먹는 데다 자칫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일반인보다 사망 위험이 높은 만큼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현병은 통원 상담과 재활 시설 이용 등 주기적인 치료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질환 중 하나다. 이를 방치할 경우 환각이나 환청 등의 증세가 심해져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완치까지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조현병 환자가 주기적인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사회성 회복과 같은 심리적 접근도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재활 프로그램은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주요 재활 시설이 폐쇄되거나 축소 운영되면서 조현병 환자들도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의 한 재활 시설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왔을 때는 아예 시설을 폐쇄한 적도 있다”며 “지금도 감염 전파 우려로 수용 인원의 절반 이하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환자들의 시설 이용 횟수를 줄이는 등 제한적으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처럼 조현병 환자들이 재활 치료 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가운데 백신 우선 접종 순서에서도 밀리자 가족들은 애만 태우고 있다. 한국조현병환우회(심지회) 어머니 대표를 맡고 있는 A 씨는 “백신 접종 신청 경쟁이 치열해 많은 환자들이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대부분 접종을 포기한 채 코로나19가 종식되기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재활 시설 관계자는 “시설에 등록된 환자들은 그나마 직원이 백신 접종 신청을 도와주고 있지만 다수의 시설 밖 환자들은 사실상 방치된 상태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조현병 환자를 포함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백신 접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중선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환자들은 스스로 건강을 챙기기 어려울뿐더러 방역 수칙을 능동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병원 등 시설에 입원하지 않고 통원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라도 접종 우선순위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질환자의 코로나19 사망 위험이 높은 점도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서울 보라매병원 신장내과 이정표 교수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 팀이 지난해 1~5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가 사망한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정신질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경우 일반인보다 사망 위험이 1.61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암 환자(1.62배)나 만성폐쇄성폐질환자(1.6배)와 비슷한 수치다.

질병관리청은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백신 접종 계획에 대해 “올 1~2분기 접종에서 누락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3분기 우선 접종 대상자로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


강동헌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