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의 코인 상장폐지가 가속화하고 있다. 한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전체 상장 코인의 60%가 넘는 코인을 퇴출한 곳도 있다.
21일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거래소(일일 거래액 기준) 업비트는 지난 18일 24종의 암호화폐 상장폐지를 공지했다. 이 중 원화 시장에 상장한 것이 10개다. 이에 오는 28일 낮 12시 이후 업비트 원화 시장에 남는 코인은 102개가 된다. 전체 코인의 13%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상장폐지가 결정된 나머지 14개 코인은 비트코인 시장(총 161개 상장)에 상장된 것들이다. 비트코인 시장 코인도 10% 가까이 증발하게 된다. 업비트가 한 번에 24개 코인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은 역대 최대 규모다. 업비트는 지난해 10월 30일 코인 17개 상장폐지를 결정한 바 있다.
국내 거래소 2위인 빗썸도 지난 17일 애터니티(AE), 오로라(AOA), 드래곤베인(DVC), 디브이피(DVP) 등 코인 4개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이밖에 업비트와 빗썸에서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코인들까지 포함하면 두 거래소의 원화 마켓에 상장한 코인 225개(중복 제외) 중 17개가 다음 달 중순 안에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은행으로부터 실명인증 계정을 받기 위한 조치다. 거래소는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에 따라 9월 24일 이후에도 원화 거래 중개를 계속 하려면 은행으로부터 실명인증 계정을 받거나 계약을 연장해야 한다. 은행은 거래소 평가 때 잡코인이 많을 경우 불이익을 줄 예정이다. 이에 그동안 수수료를 받기 위해 우후죽순처럼 잡코인을 상장했던 거래소들이 한 순간에 이들 코인을 상장폐지하고 나선 것이다.
앞으로 중소거래소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잡코인 정리가 더 많아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한 프로비트는 지난 1일자로 145개 코인을 원화 시장에서 상장 폐지했다. 지난달 상장 코인 개수(365개)와 비교하면 66% 코인을 증발시킨 것이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