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항공기의 협소한 좌석은 관절염과 허리 손상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4시간 이상 장거리 비행 승객 6,000명당 1명 꼴로 심부정맥혈전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른바 '이코노미석 증후군'이다.
2016년부터는 규제 완화로 미국 항공사들이 비행기 좌석을 너비 46㎝에서 42㎝로, 좌석 간격 89㎝에서 79㎝로 줄이면서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항공사 입장서는 좌석의 열 간격을 3㎝ 줄일 때마다 6명 이상 승객을 더 받아 매출을 늘릴 수 있다. 불편해진 승객들은 추가 요금을 내고 비상구 옆자리 등의 좌석을 선택해야 한다.
책 '우리는 독점기업 시대에 살고 있다'는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 기자이자 아메리칸 프로스펙트 편집장인 저자가 미국 독과점 기업의 실태를 추적한 취재기다. 저자는 독과점이 단지 몇몇 산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만연해 있으며, 그로 인해 우리가 먹고 사는 모든 것에 대한 선택권이 독과점 기업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한다.
책이 다루는 독과점은 항공, 미디어, 통신 산업부터 아마존이 장악한 소매업, 의료 산업, 농업과 축산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심지어 교도소도 독점 기업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령 미국의 이유식 시장은 애보트 래버러토리, 레킷 벤키저, 네슬라가 95%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인들의 맥주 선택권은 전 세계 500대 맥주 브랜드를 거느린 기업 AB인베브와 몰슨 쿠어스 둘 중 하나로 제한된다. 얼핏 여러 브랜드가 경쟁하는 듯 보이는 시장도 소유 구조를 거슬러 올라가면 몇몇 지배적 기업이 모습을 드러낸다. 네슬레가 2,000여 개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힐튼호텔이 6대륙에 17개 브랜드 아래 5,500개 호텔을 거느린다는 사실은 독과점의 실태를 잘 드러낸다.
독과점의 폐해는 기업 규모가 클수록 더욱 심각해진다. 경쟁 상품이 없는 독점 기업은 더 이상 제품의 질을 높일 이유도, 가격을 낮출 이유도 없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간다. 근로자의 재취업과 임금 상승도 제한되므로 근무 여건을 개선할 필요도 없다. 노동자는 불리한 근무 조건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른바 ‘규모의 저주’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 해결책은 결국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관심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은 이미 독과점을 규제하고 제어할 수 있는 법률과 제도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실행할 정치력이다. 저자는 그 정치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시민의 의식과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