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북미 접촉을 거부한 리선권 북한 외무상의 23일 담화에 대해 “대화 제의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외교의 문은 활짝 열어놓되 협상 테이블 마련을 위한 제재 완화 등 인센티브는 줄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리 외무상의 담화는 미국의 성의 있는 선제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17일)과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엄포(22일)도 마찬가지다. 이에 미 국무부는 22일 ‘북한과의 원칙 있는 협상’을 강조하며 선을 그었다. 우리도 미국과 보조를 맞춰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런데도 여권에서는 북한 달래기에 매달리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24일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한미 연합 훈련 축소·조정 문제 등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1일 “한미 연합 훈련의 규모와 방법을 언제든지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의 유력 인사들이 이런 엉뚱한 소리를 하니 북한이 우리를 위협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다.
북한은 핵 무장력을 높이면서도 뻔뻔스럽게도 한미 연합 훈련을 자신들에 대한 적대 정책으로 규정하며 중단을 요구해왔다. 북한 눈치를 보느라 한미 훈련 일정을 조정하거나 규모를 줄여서는 안 된다. 6·25 전쟁 발발 71주년을 맞는 현 시점에서 한미 훈련 축소·폐지는 동맹의 안보 역량을 약화시키는 이적 행위나 다름없다는 점을 깨닫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