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이 가능한 레이싱카’가 있을까?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많을 것이다. 차에서 편히 누우려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거나 적어도 해치백이어야 하는데 레이싱에 특화된 차량은 보통 세단으로 출시되기 때문이다. 수입차 중 SUV임에도 고성능을 자랑하는 차량이 있지만 진입 장벽이 높다. 코나N은 이처럼 존재하기 힘든 세그먼트에 대해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해답 같은 차다. 고성능 브랜드 N 이름을 붙인 첫 SUV인 만큼 운전하는 재미에 더해 높은 실용성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시승을 위해 최근 강원도 인제스피디음에서 만난 코나 N은 외관에서부터 기존 코나와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나타났다. N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과 브랜드 로고, 외장 엠블럼 등으로 고성능 모델의 존재감을 강조했다. 또한 현대차(005380) N의 대표 색상인 ‘퍼포먼스 블루’가 새로 들어갔고 전면부·후면부 곳곳에 강렬한 빨간 선이 그려졌다. 후면에도 듀얼 싱글팁 머플러가 들어가 스포티한 디자인을 살렸다. 차내에서도 고성능 차라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디자인들이 들어갔다. N라인 전용 시트가 운전석, 조수석에 배치됐고 핸들 양쪽으로 전용 주행모드인 ‘N모드’를 킬 수 있는 버튼이 있다. 우측 하단에는 ‘N 그린 쉬프트’(NGS)를 켤 수 있는 빨간 버튼이 있는데 해당 기능은 엔진과 변속기를 최적화시켜 20초간 ‘최대 가속도’를 낼 수 있게 해준다. 코나N의 마력은 280마력이지만 해당 버튼을 누르면 순간적으로 출력이 290마력까지 올라간다. 마치 레이싱 영화에 나오는 ‘부스트’처럼 운전하는 재미를 높여주는 기능인 것이다.
시승을 위해 시동을 걸자 엔진이 특유의 소리를 내지르며 달릴 준비를 마쳤다. 가속페달을 밟고 놓았다를 반복했을 때 들리는 퍽퍽 터지는 사운드도 인상적이었다. 국산 SUV에서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무척 신기한 느낌이다. 일반 공도를 달렸을 때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이 생각보다 예민했다. 반응도 빨라 살짝만 밟아도 속도감이 느껴진다. 코나N은 차체 판넬이 엔진음을 최대한 실내에 소리로 전달하는 전자식 사운드 제너레이터(ESG)를 적용했다. 덕분에 배기음과 함께 경쾌한 느낌을 받았다.
공도 주행 후 서킷에서 본 주행을 하니 ‘이 차가 SUV가 맞나’ 싶을 정도로 도로에 붙어서 달리는 느낌이 들었다. 코나N은 전륜구동 자동차지만 급코너에서 경로를 이탈하는 경우가 잘 발생하지 않았고 서스펜션은 다소 딱딱했지만 덕분에 차체를 잘 잡아줘 고속에서 안정감을 느꼈다. 또한 변속 때 발생하는 엔진음인 ‘팝콘 소리’가 안전상 착용하고 있던 헬멧을 뚫고 들어와 운전자의 마음을 흥분케 했다. 마지막 직선구간에서는 NGS 버튼을 눌렀다. 시속 180km가 쉽게 넘어갈 정도로 빠르게 달리면서 직선 구간에서 스포츠카에 뒤지지 않는 코나N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10.25인치 내비게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스로틀, 냉각수 온도, 브레이크 압력, 내부 중력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점도 신선했다.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하는 ‘서킷 택시’에도 참여했다. 조수석에 앉아 코나N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주행을 경험했다. 코너에서는 속도를 최대한 유지한 채로 연석을 타면서 코너를 돌았는데 부드럽게 떨어졌다. 코나N이 가진 서스펜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옆자리의 전문 드라이버도 코나N은 서킷을 주행하는데 있어 웬만한 수입차 보다 낫다는 설명을 했다.
공도와 서킷에서 주행하면서 느낀 점은 코나N은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는 차라는 점이다. 일상에서는 데일리카는 물론이고 SUV의 장점을 살려 차박 등에도 활용할 수 있고 마음껏 달리고 싶을 때는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될 정도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와 같은 장점을 살려 코나N은 국산차 중 일상에서 가장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자동차로 평가받게 될 것 같다. 코나N은 올해 7월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옵션 별도) 3,400만원대 정도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