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과 잦은 규제로 부동산 민심이 악화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은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의 사의를 즉각 수용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7일 브리핑에서 “김 비서관이 국민이 바라는 공직자의 도리와 사회적 책임감을 감안할 때 더 이상 국정 운영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며 “문 대통령이 이를 바로 수용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31일 임명된 지 고작 3개월 만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은 완전하지 않다. 그와 관련한 비판은 겸허히 수용한다”며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한 비판에 고개를 숙였다.
김 비서관 논란은 25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6월 고위공직자 수시 재산 등록 사항에서 비롯됐다. 김 비서관은 총 39억 2,417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그러나 부동산 자산은 서울 마곡동 상가 2채, 경기 판교 아파트, 경기 광주 근린생활시설 등 총재산의 두 배가 넘는 91억 2,623만 원에 달했다. 54억 6,441만 원에 이르는 금융 채무가 그 지렛대가 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김 비서관은 또 4,900만 원 상당의 경기도 광주 송정동 임야도 2017년 매입해 보유 중이라고 신고했다. 이 토지는 도로가 연결돼 있지 않은 ‘맹지(盲地)’이다. 다만 경기 광주 송정지구 개발 지역과 불과 1㎞ 정도만 떨어져 이 역시 개발 이익을 노리고 매입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비서관은 26일 “해당 토지는 개발 사업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토지 등은 모두 신속히 처분하고자 협의 중”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야당들은 일제히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 비서관 인사 시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논란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였던 데다 김 비서관의 업무 자체가 이 같은 공직자 부패를 감시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6일 청와대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김 비서관 거취 문제를 빨리 정리하라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런 투기 의혹 대상자에게 공직자들의 비리와 부패를 감시할 업무를 맡겼으니 사실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비판했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문제로 불명예 퇴진한 청와대 참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김의겸 전 대변인(현 열린민주당 국회의원)이 서울 흑석동 재개발 투기 문제로 물러난 것을 비롯해 김조원 전 민정수석이 지난해 8월 강남 다주택을 포기하지 않은 채 사퇴했고 김상조 전 정책실장이 전셋값 인상 논란으로 올 3월 사실상 경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