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대선에 공식 등판했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의 당선무효형 파기환송 판결로 기사회생한 이 지사는 줄곧 여권 대권주자 중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려왔다. 하지만 이 지사가 경선 고비를 넘기 위해서는 내부 주자들의 집중 견제를 뚫어야 한다. 과거 욕설 논란 등 도덕성 검증도 남아있다. 여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현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할지도 이 지사의 고민이다.
‘친문’ 반감 극복이 과제…중도층 공략은 ‘딜레마'
아직까지 더불어민주당 주류인 ‘친문(親문재인계)’은 이 지사에 대한 반감 정서가 팽배하다. 2017년 대선 경선, 2018년 경기지사 경선에서 친문 세력과 벌인 치열한 갈등의 후유증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아서다. 이번 경선에 친문 직계 인사가 직접 나서지 않아 뚜렷한 구심점 없이 범친문 그룹의 분화가 일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 지사에게 의구심을 보이는 친문 세력도 있다.
이 지사의 당내 1위 독주에도 친문 일각에서 ‘제3후보론’이 나왔던 것도 친문 일각에 앙금이 남아있는 이러한 정서와 무관치 않다. 당장 ‘비이재명’ 주자들이 친문과 일부 강성당원의 반감을 지렛대 삼아 ‘적통 후보’를 자임하며 이 지사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는 상황이다.
경선 연기 여부, 기본소득 정책을 놓고 번번이 대립한 데 이어 반(反)이재명 연대를 기치로 세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단계적 단일화로 결선투표 단계에서 일대일 구도를 구축해 뒤집기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결선투표까지 가서 이재명 대(對) 반이재명 구도로 양분되는 것은 이 지사로선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확고한 대세론을 구축해 반이재명 연대의 파급력을 최소화하면서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하는 것이 이 지사 측 전략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결국 이 지사가 경선에서 이기려면 ‘윤석열을 이길 사람은 나’라는 본선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경선 승리와 경선 이후의 후유증 최소화를 위해 친문 끌어안기에 속도를 낼지도 주목된다. 다만 친문의 우려를 불식하는데 집중하다 보면 본선 승패를 좌우할 중도층 공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 경선에선 완급 조절을 하다 본선에서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욕설·스캔들·포퓰리스트…도덕성 검증도
형수 욕설 논란이나 여배우 스캔들 의혹, 포퓰리스트 등 인기영합주의 논란도 이 지사를 따라다니는 리스크다. 보수 진영에서는 욕설 녹취 파일을 내세워 총공세를 벼르고 있다. 막말 논란을 빚어온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까지 “이 지사는 막말을 넘어 쌍욕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한다.
여권 주자들도 이 지사의 ‘도덕성’ 공세에 시동을 걸고 있다. 본선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부각하는 전략이다. 정세균 전 총리는 최근 “검증받지 않은 도덕성은 국민께 신뢰를 받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대중의 갈증을 달래는 ‘사이다’ 발언이라고 하지만 이 또한 경쟁자들은 국가지도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무책임한 기회주의적 발언이라며 공세를 퍼부을 수 있다.
일각에선 이런 리스크가 이미 과거 경선 과정에서 노출돼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를 두고 상당수 전문가는 예상된 악재가 터지면 정작 주가가 반등하는 증시 흐름이나 각종 막말과 험담, 충동적 국정운영에도 지지세가 견고한 트럼프 현상에 비유하기도 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미 많은 유권자에게 이 지사 관련 논란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렇게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제 막 등판해 ‘X파일’, 특히 배우자와 장모 문제를 입증해야 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이 지사의 대권을 열어줄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사의 위상이 유력 대권주자로서 과거와 달라진 만큼 검증 공세도 한층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유력 대권주자였던 이회창 전 총리의 아들 병역 문제는 1997년 대선 때 한차례 검증을 받았음에도 2002년 대선에서 다시 문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