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3세 딸 숨지게 한 계모, 또 드러난 상습학대…'정인이법' 첫 적용

계모 A씨, 남편과 별거 뒤 학대행위 심해져

남편-전처 사이 태어난 아들 폭행도 확인돼

/이미지투데이/이미지투데이




13세 딸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숨지게 한 계모가 과거 상습적인 학대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올해 초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을 통해 신설된 이른바 ‘정인이법’을 계모 A(40·여)씨에게 처음 적용했다. 경남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숨진 딸 B양의 병원 진료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작년 여름부터 올해 6월 중순까지 총 4차례에 달하는 학대 행위가 확인됐다. A씨와 남편 사이 갈등이나 시댁과의 불화, 말을 듣지 않고 행동이 느리다는 것 등을 이유로 때리거나 발로 배를 밟고 밀쳐 넘어뜨리는 행위 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틀에 한 번꼴로 술을 마실 정도로 알코올 의존 증세가 심했으며 범행 당일에도 맥주를 마신 상태였다. 특히 올해 3월 남편과 불화로 별거에 들어간 뒤 학대 행위는 더 심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일인 지난달 22일에는 오후 9시께 전화상으로 남편과 자녀 양육 문제를 두고 심하게 다툰 뒤 2시간가량 B양을 손발로 때리고 밟는 등 지속적인 폭행을 저질렀다. 또래에 비해 왜소한 체구였던 B양은 A씨와는 상당히 체격 차이가 났기 때문에 폭행에 마땅히 저항할 방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A씨는 B양이 위독한 상태라는 것을 알고 별거 중인 남편에게 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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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을 받은 남편은 지난달 23일 오전 2시께 A씨 거주지에 도착했다. 남편은 소방 신고를 두고 A씨와 실랑이를 벌이다 같은 날 오전 4시 16분께 결국 119에 신고했다. 남편이 도착했을 당시 B양의 몸은 이미 굳어 숨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은 기존 학대 행위로 인해 몸이 약해지고 장염으로 복부가 부풀어 오른 상태에서 장시간 폭행에 고스란히 노출돼 결국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부검 결과 B양은 외부충격으로 인한 장기손상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딸 B양의 상태가 심각한 것을 알고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한 점이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계모 A씨에게 올해 신설된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첫 적용했다. 아동학대 살해죄는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이에게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아동학대 행위자가 아동을 살해하면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인 일반 살인죄보다 중죄로 보고 엄벌을 내린다는 취지다.

A씨는 현장에서 긴급 체포됐으며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도구는 따로 발견되지 않았다. 남편의 경우, 사건 당일 현장에 도착했을 때 딸이 이미 숨진 상태였고 이전에도 학대 정황을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조사돼 따로 입건하지는 않았다.

A씨는 B양 외에도 초등학생, 미취학 아동인 자녀 3명과 함께 살았다. B양과 초등학생 자녀는 남편과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이며, 막내인 미취학 아동은 A씨와 남편 사이에서 태어났다. 조사 결과 A씨는 B양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아들에 대한 폭행도 한 차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B양은 비교적 평범한 학교생활을 했으나 주변 친구들은 B양이 평소 몸이 안 좋고 긴 옷만 입는다는 점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학내 정서·행동 특성검사에서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고, 담임 또한 학대 정황을 눈치채지 못해 경남도교육청의 학생 관리 체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B양의 두 동생은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돌보고 있다”며 “심리치료와 방과후학교를 병행하며 보호받고 있다”고 말했다.


홍연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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