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What] 친중도 반중도 안돼…中 바라보는 유럽의 복잡한 속내

거대 수출시장이자 투자 '큰손'

패권 다투는 美와는 입장 달라

인권·지재권보호 바이든과 공조

中에 긴장감 주되 강경책은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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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신장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존중할 것을 촉구함으로써 우리의 가치를 증진하겠다.”



지난 6월 중순 영국 콘월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이처럼 중국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공동성명(코뮈니케)을 내놓으며 폐막했다. 이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유럽은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같은 맥락에서 2일 아사히신문에는 프랑스 사법 당국이 중국 위구르족의 강제 노동과 얽힌 일본 기업 유니클로, 자라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표면적 움직임과 달리 중국을 바라보는 유럽의 속내는 훨씬 복잡하고 다면적이다.

지난달 22일 독일의 유력 차기 총리로 평가받는 아르민 라세트 기민당 대표가 ‘중국을 체제 경쟁자이자 동반자’로 언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라세트 대표는 “한 나라의 인권 상황에 대해 공개적으로 떠들썩하게 공격적으로 말하는 것이 실제 개선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며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비판하기까지 했다.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동맹에서 이런 사달이 빚어지자 뉴욕타임스(NYT)는 “폭스바겐과 BMW의 ‘넘버1’ 시장이 바로 중국”이라며 “독일은 새로운 냉전에 저항적”이라고 토를 달았다. 현지 언론인 도이체벨레(DW)도 “중국이 2016년부터 4년 연속 독일의 최대 교역국”이라며 유력 차기 총리의 발언에 경제적 배경이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독일만 삐딱선을 타는 게 아니다. G7 회원국들은 코뮈니케의 잉크도 마르기도 전에 반중 기조에 흠집을 내는 상황이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중국이 서방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중국은 많은 문제에 있어 우리의 라이벌이지만 동시에 많은 측면에서 우리의 파트너”라며 반중 전선에 김을 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물론 유럽 내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마저 ‘중국을 자극해 신냉전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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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내 중국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영국의 올 1분기 대중 수입액은 169억 파운드에 이른다. 중국이 독일을 밀어내고 영국의 최대 수입국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기준 중국 기업 400곳 이상이 이탈리아 기업 760곳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을 만큼 중국과 투자로 얽혀 있다. 2019년 G7 국가 중 처음으로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참여 의사를 밝힌 것 자체가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중국 전문가인 미켈레 제라치는 “중국 내 이탈리아 제품 시장 규모는 연 130억 유로로 집계되지만 실제 이탈리아에서 제조된 뒤 중국이 제3국을 통해 구입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통계의 3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됐던 서유럽을 마셜플랜을 통해 살렸던 당사국이다. 유럽이 막대한 중국 시장을 이유로 지금처럼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취하는 게 곱게 보일 리 없다.

물론 유럽도 미국의 이런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에 빠져 있던 도널드 트럼프 전임 대통령 시절과 달리 ‘바이든의 미국’이 달라졌다고 보고 미 중심의 반중 전선에 동조해온 게 사실이다. 더구나 위구르·홍콩 사태 등에서 보듯 중국이 인권 보장, 언론 자유 등의 가치에 등한하자 유럽이 미국에 더 바짝 붙어온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매력적인 수출 시장이자 자국에 투자해줄 큰손이기도 한 중국의 위상은 유럽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더구나 미래 패권을 위해 중국과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유럽은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한 유럽연합(EU) 고위 외교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유럽은 트럼프 시절에 겪었던 미국과의 분열이 없다는 것을 중국에 보여줌으로써 중국과의 관계에서 긴장감을 유지하되, 동시에 중국에 지나치게 적대적이지는 않아야 한다”며 “중국도 현실적으로 미국과 EU의 이해관계가 100% 일치하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EU 집행위원회가 중국과 포괄적 투자 협정을 체결한 것은 미국·유럽·중국 간에 형성돼 있는 다면적 관계를 잘 보여준다. 바이든 행정부는 EU가 중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기를 바랐지만 유럽은 다른 결정을 내렸다. 물론 이후 유럽의회가 협정에 대한 비준을 보류하기는 했지만 협정의 핵심 설계자가 메르켈 총리였고 마크롱 대통령이 측면 지원했음을 고려하면 유럽 주요국들은 미국의 강한 반중 드라이브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음이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연구 기관인 로디엄그룹의 노아 바킨은 “유럽은 유럽만의 이익을 갖고 있다”며 “중국에 있어 원활한 협력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켄트대의 리처드 휘트먼 국제관계학 교수는 “많은 EU 국가들은 중국을 경제적 부상의 기회로 봐왔다”며 “중국에 대한 유럽과 미국의 경제적·전략적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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