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가 올 상반기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을 올렸다.
미국 자동차 시장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인 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공을 들여온 제네시스 브랜드의 판매 호조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공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제네시스 포함)이 80만 4,94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1% 증가했다고 2일 밝혔다. 현대차는 42만 6,433대를 팔았다. 지난해보다 52.2% 증가한 수치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특히 제네시스 판매량은 1만 9,298대로 155.9% 늘었다.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량 역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랜디 파커 미국판매법인(HMA) 판매 담당 수석부사장은 “소매 판매 파트너들의 헌신에 힘입어 성과를 올리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비상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공급망 파트너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는 전년 대비 43.7% 증가한 37만 8,511대를 판매했다. 이 역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이런 신기록은 우선 지난해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진 미국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차량 판매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업체들의 판매량도 전년 대비 평균 33.7%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미국 시장 회복만으로 현대차·기아의 신기록 달성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현대차·기아의 판매량 증가 속도가 미국 시장 전체 판매량 증가율보다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공을 들인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인기와 SUV 시장 공략이라는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기아가 상반기 미국에서 판매한 SUV는 49만 6,870대로 전년 대비 48.3% 증가했다.현대차는 51.8% 늘어난 26만 6,963대, 기아는 44.4% 증가한 22만 9,907대를 판매했다.
차종별로는 투싼(8만 3,517대), 아반떼(7만 3,437대), 싼타페(6만 3,110대), K3(6만 2,159대), 스포티지(5만 3,374대), K5(5만 1,120대) 순으로 많이 판매됐다.
제네시스 판매도 전년 대비 2.5배 이상 증가하며 반기 판매량 2만 대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183.7% 늘어난 4,054대로 월간 최대 판매를 달성하는 등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2만 대 돌파가 유력하다.
현대차그룹은 올 하반기에 신차를 적극 투입해 한층 기세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의 전기차전용플랫폼(E-GMP)이 적용된 첫 전기차 아이오닉 5가 본격적으로 판매될 예정이고 첫 픽업 싼타크루즈와 제네시스 GV70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숀 윤 북미 담당 사장은 “믿을 수 없는 강력한 판매 실적으로 상반기를 마감했고 전례 없는 모멘텀은 계속될 것”이라며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성장 전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런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 실적 컨센서스(금융투자업계 평균 전망치)에 따르면 기아는 2분기 1조 2,93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의 2분기 실적 중 최대다. 현대차 역시 2분기 영업이익 1조 8,207억 원, 매출 29조 3,998억 원 등으로 호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반도체 쇼티지와 노조의 파업 가능성 등 악재가 남아 있어 실적 호조세가 3분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