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유럽 각국에서 반도체와 5세대(5G) 통신, 인공지능(AI) 분야의 대규모 인재 채용에 나섰다. 미국의 제재로 미 출신 전문가 수혈에 제동이 걸리면서 유럽 인재 스카우트로 방향을 튼 것이다. 유럽 인재 수혈을 통해 반(反)중국 연대를 흩트리겠다는 포석도 담겼다.
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유럽 일부 국가와 캐나다 각 지사를 통해 첨단 분야 기술 인력을 대상으로 채용 공고를 쏟아내고 있다. 독일에서는 반도체 칩 개발과 광학, 자율주행차, 자동차 엔지니어링 등이 모집 분야이며 스웨덴에서는 5G 또는 6세대(6G) 관련 기술과 무선 주파수, 컴퓨터 아키텍처 관련 전문가 등을 뽑는다. 터키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폴란드와 핀란드에서는 각각 AI와 빅데이터 관련 채용 공고를 냈다.
캐나다에서는 머신 러닝 등 AI 전문가를 뽑는다. 닛케이는 이 매체가 확인한 것만 합해도 채용 규모는 수백 명이라고 전했다.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장기화에 맞서 장기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지난 2019년 5월 국가 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과의 협력을 전격 중단했다. 이후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섰지만 제재 철회는커녕 오히려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 결과 화웨이는 스마트폰과 통신 장비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런 맥락의 연장선에서 유럽 인재 스카우트는 일종의 자구책인 셈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은 최근 내부 연설을 통해 “올해와 내년이 화웨이가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특히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입 직원을 총 8,000명가량 뽑겠다고 밝혔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인재를 적극 흡수해 미국과의 첨단 기술 전쟁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대만 경제 연구소의 주쉬팡 연구원은 “(화웨이의)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해 해외 인재는 필수”라며 “국제 대학 연구 프로그램에 기부나 지원을 통해 인재를 스카우트해왔던 방식이 미국으로 인해 막혔으니 직접 직원 채용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가 내년부터 후베이성 반도체 생산 설비를 단계적으로 가동해 반도체 자립에 나서기로 한 것과 지난달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OS)인 훙멍을 출시한 것도 이 같은 자구책 마련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