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글로벌 조세전쟁에 낀 韓, 반도체 등 전방위 확대 '비상'

[삼성·하이닉스 디지털세 낸다]

'개별기업 부담 중립적' 설명에도

분쟁과정 장기화시 이중납세 우려

국외로 세수 유출 가능성도 커져

애플·구글 등 韓에 세금 더 낼 듯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뤼노 르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과 화상으로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뤼노 르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과 화상으로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을 포함해 139개 국가 중 130곳이 지지한 ‘디지털세’에 대해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상에 포함돼도 개별 기업의 조세 부담은 중립적이라고 설명했다. 세수 측면에서도 국내 기업의 법인세가 해외로 나가도 나머지 98~99개 기업으로부터 받는 플러스·마이너스 요인이 동시에 있는 만큼 정확하게 추산하기는 어렵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지만 조세 전문가와 기업들의 입장은 다르다. 득보다는 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월 글로벌 논의 과정에서 중간재인 반도체 사업 부문은 적용 제외 가능성이 높고 소비재 대상 기업은 과세권 배분 대상이 되는 범위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합의안을 보면 우리 입장이 관철된 부분은 전혀 없다. 구글 등 자국의 정보기술(IT) 업체의 세금이 밖에서 나가는 만큼 제조업 등으로 대상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요구대로 흘러갔다. 오히려 시행 과정에서 제도상 조금이라도 미비한 점이 생기면 수출 기업은 이중 납세에 처할 수 있고 시장이 넓은 국가로 세원이 옮겨가면 세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은 연결 매출액 200억 유로(약 27조 원)가 넘는 100대 다국적 기업이 대상이지만 시행 7년 뒤에는 100억 유로(약 14조 원)로 축소하기로 해 국내 적용 대상 기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분쟁 절차 길어지면 기업 이중 납세 우려=오는 2023년부터 시행될 디지털세(필라1)는 연간 기준 연결 매출액 200억 유로(약 27조 원), 이익률 10% 기준을 충족하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 100여 곳이 과세 대상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를 비롯해 자동차·중공업 부문의 다국적 기업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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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안대로 확정되면 이들 기업은 이익률 10%를 넘는 초과 이익의 20~30%에 대한 세금을 해외시장 소재지국에 내야 한다. A기업의 이익률이 15%라고 가정할 경우 기준치를 웃도는 초과 이익 5%분의 20~30%를 시장 소재국들이 배분 지표에 따라 나눠 과세하는 방식이다. 분쟁은 강제적인 분쟁 해결 절차로 조정된다. 정정훈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이중 과세 조정 절차가 별도로 마련돼 기업 세 부담은 필라1 도입 전과 비교해 중립적이므로 기업 경쟁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해 보이는 조세 중립성이 실제 제도 실행 과정에서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법인세율과 해당 국가에 납부해야 할 세율 차이에 따라 세금 총액에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들은 시스템 구축 등 납세 협력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합의안을 개별 국가가 입법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유리하게 만들면 세 부담 총액은 높아지게 된다”며 “분쟁 해결 과정이 장기화됐을 때도 이중 납세가 난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유관 부서를 중심으로 글로벌 합의안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취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관계자는 “조세 비중이 제일 높은 한국이 법인세율이 높은 편인 만큼 이중 과세 조정 절차가 한국 기업 경쟁력을 해치지 않도록 도입되기 바란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국내 세수 유출 우려도=우리는 IT 수출 비중이 높고 반도체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이 크다. 삼성전자(9조 9,000억 원)와 SK하이닉스(1조 4,000억 원)의 지난해 법인세 납부액 중 일부가 시장 소재국으로 배분되면 국내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과세된다면 이중 과세 방지로 인해 국내 세수가 감소할 수도 있다”며 “규모 추정은 어렵지만 정부로서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앞서 매출액 200억 달러 이상 전 업종에 디지털세가 부과되면 연간 국내 법인세수의 8.5%인 4조 7,000억 원이 디지털세의 영향권에 들어 해외로 일부 유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우리는 해외 매출 비중이 커 소비지국, 원천지 과세를 강화하면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외교 전쟁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간 물리적 사업장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했던 외국 기업에 대한 과세를 사업장 없이도 가능하게 만든 측면에서 국제 조세 원칙이 크게 바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표적인 글로벌 플랫폼 기업인 구글의 경우 미국에 본사가 있어 우리나라에 세금을 내지 않았지만 앞으로 우리나라에 일정 부분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정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산업 기반이 강한 선진국들이 미국·영국 등 외에 인도·브라질·인도네시아 등 시장 규모가 큰 개도국에 과세권 일부를 배분하는 구조여서 글로벌 과세 정의에 맞다는 입장이다.


세종=황정원 기자·이수민 기자·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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