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대선 주자로 나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에 여야가 “충격적인 역사관”이라며 맹공세를 퍼붓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의 역사관을 언급하며 “국민 편가르기에 역사를 이용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숙한 좌파 운동권의 논리를 이용해 당내 지지는 조금 더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미래세대의 지도자가 되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또 “과거를 팔아 정치하고, 과거를 팔아 집권하고, 과거를 팔아 통치하며 미래를 힘들고 어렵게 만드는 정권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고 강하게 말했다.
야권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의 출발을 부정하는 역사 인식이 참으로 충격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출발은 위대했다”는 제목을 글을 올려 "그동안 대한민국은 미국과 일본의 지배를 당해온 나라였다는 말이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우리 선조들의 피와 땀은 어디로 갔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김원웅 광복회장을 거론하며 “이 지사나 광복회장이나 똑같은 사람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한민당 후신 민주당이야말로 친일파의 후예들이다. 어디서 무슨 교육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역사 공부 기초부터 다시 하시기 바란다”고 비꼬았다.
앞서 이 지사는 1일 비대면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고향인 경북 안동의 이육사문화관을 찾아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 정부 수립단계와는 좀 달라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美) 점령군과 합작해 사실 그 지배체제 그대로 유지하지 않았냐”며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같은 이 지사에 발언에 대해서는 여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역대) 민주당 대통령들은 단 한 번도 이런 식의 불안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야에서 비판이 이어지자 이 지사 측은 “한국을 점령한 미국이라는 뜻이 아니라 당시 일제를 점령한 미국이라는 의미에서 미군 스스로도 ‘점령군’이라고 표현했다”며 “이 지사의 발언은 친일 잔재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현실을 지적하고 이육사 시인에 대한 경의를 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