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군 급식에 학교처럼 경쟁입찰 도입"...식자재 군납 수의계약 51년만에 폐지

국방부 4일 급식부실 개선 위한 방안 공개해

내년부터 장병급식전자조달 단계적용하기로

시중 제품 조달 막아온 제도적 문제점도 지적

일부 농축수협,중기,보훈단체 철밥통 개혁의지

영양사 확충하고, 조리병 교육 민간위탁키로

일반 국민들로 구성된 제8기 대한민국 급식·피복 모니터링단 단원들이 지난 1일 전북 익산의 육군 부사관학교를 방문해 군 장병들의 급식 실태를 점검한 뒤 직접 배식을 받아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홍보원일반 국민들로 구성된 제8기 대한민국 급식·피복 모니터링단 단원들이 지난 1일 전북 익산의 육군 부사관학교를 방문해 군 장병들의 급식 실태를 점검한 뒤 직접 배식을 받아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홍보원




정부가 군 급식 부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학교급식과 같은 전자조달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로써 수의계약 방식의 군 급식 식자재 구입 방식이 경쟁입찰 방식으로 51년 만에 전환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학교급식시스템을 벤치마킹한 장병급식전자조달시스템(가칭 ‘MaT’)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향으로 검토해나가겠다고 4일 밝혔다. 현행 ‘직영’ 급식 체계는 유지하되 장병들의 선호 음식과 건강을 우선적으로 반영해 ‘선(先) 식단편성-후(後) 식재료 경쟁조달’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영양사 등 전문가가 장병들의 입맛과 영양을 고려해 적절한 식단을 짜면 그에 맞춰 MaT를 통해 식자재를 경쟁입찰방식으로 구매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협업해 MaT를 내년에 개발한다. MaT는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를 군전용으로 변형하는 방식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MaT는 기존의 군 정보체계(군수-재정체계)와 연동돼 식단편성, 입찰, 계약, 정산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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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영양사 편성 기준도 현행 군단급(급양대, 3만명 규모)보다 확대해 사단급(1만 2,000명 규모)로 조정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올해 후반기 중 영양사 47명을 채용하고, 여단급으로 영양사 채용을 장기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병역자원 감소 및 조리병 지원율 저조로 인해 조리병 확충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대규모 교육훈련기관을 중심으로 ‘민간위탁’을 추진하는 방안을 실시할 예정이다. 조리병 중심의 조리 한계 극복을 위해 학교 및 민간분야 급식처럼 조리병 대신 민간인력이 조리하도록 하는 방안도 시범 실시한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1,000여 개 농축수협 중 군납을 하는 곳은 약 9%인 90여 개에 불과했다. 이들 극소수의 농축수협은 1년 단위 수의계약을 통해 납품조합 변경 없이 조달을 지속해 사실상 ‘철밥통‘이라는 세간의 비판이 제기돼 왔다. 아울러 군이 그동안 돼지, 닭 등 축산물 조달 시 단위를 ‘마리당 계약’으로 해왔기 때문에 장병들이 선호하거나 조리에 적정한 부위인 닭 다리, 돼지 목살, 등심 등을 선별해 납품받기 어려웠다는 점도 밝혀졌다. 수산물의 경우 2015년부터 매년 실시한 외부전문기관의 품목별 만족도 조사에서 최하위 수준을 기록해왔으며 그나마도 단가가 높다는 문제 역시 지적됐다. 축산분야의 경우 장병들의 선호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흰우유가 하루 1.2개씩 연간 393회가 제공된 것으로 진단됐다.

제도적인 문제점도 지적됐다. 국방부는 “관계 법령에 따른 규제 때문에 공산품 및 가공식품 메뉴 활용시 장병들의 선호제품 제공이 어려웠다”고 진단했다. 돈가스, 햄, 된장, 고추장 등 41개 품목과 조미김, 치킨너겟, 햄슬라이스 등 6개 품목의 경우 중소기업 및 보훈·복지단체 제품 구매를 우선해야 했던 체계와 엄격한 구매요구서로 인해 장병들에게 익숙한 시중 제품들을 조달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 보호’, ‘보훈 단체 우대’와 같은 허울뿐인 명분과 규제에 기생하는 일부 이익단체들이 군 조달을 사실상 독과점해오며 급식 품질 저하를 초래했다는 세간의 지적과도 일치하는 진단이다.

국방부는 이 같은 문제들이 총체적으로 작용해 군 급식시 장병들이 선호하는 품목의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방부는 “MaT를 통해 현재 군 급식에 납품하고 있는 농축수협뿐 아니라 다수의 공급자가 참여할 수 있는 경쟁체계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방부는 지난 1일 전북 익산의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일반 국민들로 구성된 ‘제8기 대한민국 급식·피복 모니터링단’ 방문행사를 열었다. 모티터링단은 현장에서 군 급식실태를 점검하고, 급식 개선방향을 토의했다. 토의 내용은 민·관·군 합동위원회 산하 ‘장병 생활여건 개선 분과위원회’에 보고됐다. 국방부는 “각계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장병들의 건강과 선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종합적 개선방향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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