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 커플 결혼식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소송에서 패소한 업주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2일(현지 시간) CNN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지난 2013년 동성 커플인 로버트 잉거솔과 커트 프리드는 워싱턴주의 한 꽃집에 자신들의 결혼식에 사용할 꽃을 주문하려 했다. 하지만 꽃집 주인인 배로넬 스투츠만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에 잉거솔과 프리드는 스투츠만이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잉거솔 등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원은 스투츠만이 워싱턴주의 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것이 맞다고 판결했고, 스투츠만에게 1,000달러의 벌금도 부과했다.
NYT는 하급법원은 대체로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지역에서는 동성 커플도 최소한 법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판단해왔다고 전했다. 워싱턴주에서 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동성 커플도 서비스를 받는데 있어 제약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이날 연방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한 별도의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
연방대법원의 판결 이후 잉거솔은 "커트와 함께 꽃집에서 쫓겨난 뒤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두려워 집에서 조촐한 예식을 했다"며 "(법원의) 이 결정이 어느 누구도 우리가 겪었던 상처를 겪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다른 성 소수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의 변호인도 "이런 종류의 굴욕과 상처를 예방하기 위해 차별금지법이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60%의 주는 이런 보호 조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스투츠만의 변호인은 "모든 미국인들의 수정헌법 제1조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힘써야 한다"며 "어느 누구도 그들이 동의하지 않는 메시지를 적거나 행사를 축하하도록 강요당해서는 안된다"고 법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번 결정은 9명의 대법관 중 6명이 보수 성향이어서 보수파가 우세한 상황에서 나와 더욱 눈길을 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서는 최소 4명의 대법관이 찬성해야 했다며, 강경 보수파인 새뮤얼 앨리토, 닐 고서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등 3명이 이 사건에 대해 심리하는 것을 찬성했지만 나머지 3명의 보수성향 대법관은 이를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