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검증에 대한 은행권의 면책 요구를 당국이 거부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이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신규 거래소 검증 작업에서 손을 뗄 전망이다. 결국 은행 실명계좌 발급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무더기 폐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은행권의 면책 요구에 “아예 생각도 안 했으면 좋겠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앞서 일부 시중은행과 은행연합회 등은 금융위와 유관기관들이 꾸린 암호화폐 거래소(가상자산 사업자) 관련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면서 거래소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후 은행의 책임 논란을 피하기 위한 면책기준의 필요성을 당국에 전달했다. 현재 은행권은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터줬다가 금융 사고가 터질 경우 은행에도 책임이 있다는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은행의 실사 및 검증 과정에서 은행의 과실이나 책임 사유가 없다면, 향후 거래소 사고와 관련해 은행의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기준을 만들어 달라고 당국에 요청한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결국 은 위원장 발언은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금융사고 책임을 실명계좌를 내준 은행에 떠넘기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암호화폐의 주무 부처로서 직접 기준을 정하고 거래소를 걸러내야 하는데, 은행이 발급하는 실명계좌를 가장 중요한 특금법 신고 전제 조건으로 끼워 넣으면서 기형적 검증 구조를 만들고 당국이 제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결국 검증 작업에 의무가 없는 은행은 아예 검증 자체를 기피하고, 결국 대다수의 거래소가 검증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특금법 신고를 앞둔 암호화폐 거래소들에 더욱 악재다. 가뜩이나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신규 실명계좌 제휴와 관련 검증에 소극적인 은행들이 더 몸을 사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결국 9월 24일 특금법 신고를 마칠 수 있는 거래소는 현실적으로 많아야 4곳(기존 실명계좌 제휴 거래소)뿐일 것이라는 관측이 더욱 굳어지고 있다. 거래소들은 은행을 앞세운 무리한 암호화폐 거래소 구조조정으로 다수의 거래소뿐 아니라 투자자도 피해를 볼 것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