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한민국 정통성 흔드는 발언 즉각 철회해야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면서 건국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 지사는 1일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을 찾아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 수립 단계와는 달라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김원웅 광복회 회장은 고교생 대상 영상 강연에서 “맥아더 장군이 남한을 점령하면서 점령군이라는 포고문을 붙였다…반면 북한에 들어온 소련군 포고문에는 ‘조선 해방 만세’라고 쓰여 있었다”고 말했다.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면서 반미(反美)·반일(反日) 감정을 부추기는 발언들이다.



김 회장은 자신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자 보도 자료를 통해 “한국인을 개무시한 맥아더 포고령을 비판해야 한다”고 적반하장식 주장을 했다. 이 지사도 3일 논란에 대한 입장문에서 “미국은 일제를 무장 해제하고 그 지배 영역을 군사적으로 통제했으므로 ‘점령’이 맞는 표현”이라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미 점령군’ 발언은 맥아더 사령부의 포고문을 왜곡한 것이다. 1945년 9월 9일자 포고문에는 ‘북위 38도 이남을 점령한다(occupy)’는 내용이 들어 있지만 “조선을 해방 독립시키라는 연합국의 결심을 명심하고…점령의 목적이 (일본) 항복 문서를 이행함에 있다’는 문장이 바로 이어진다. 게다가 대한민국 초대 정부에는 이승만 대통령, 이시영 부통령, 이범석 국방 장관 등 임정 요인과 독립투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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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주장처럼 미군을 ‘점령군’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당시 대한민국 수립에 반대하며 인명 살상 행위까지 벌인 과격 좌파 세력을 옹호하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대선을 앞두고 반일 프레임으로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어떤 입장인지 밝혀야 한다. 이 지사와 김 회장 등은 국론 분열을 부추기지 말고 역사 왜곡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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