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복싱 영웅이자 내년 대권 도전을 선언한 매니 파키아오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 묵직한 한방을 날렸다.
4일 현지 매체 필리핀스타에 따르면 파키아오 상원의원는 전날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부패 정황이 담긴 서류 무더기를 제시하며 “정부의 모든 부처가 부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해당 자료를 조만간 상원 윤리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사회보건부가 100억4,000만 페소(약 2,310억원) 상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 지원금을 제대로 분배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180만명에게 전자지갑 앱인 '스타 페이'를 통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것을 계획했으나 해당 앱을 다운로드한 사람이 50만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파키아오는 “스타 페이 앱을 내려받지 않고서는 어떠한 지원금도 받거나 찾을 수 없다”며 “이는 내가 발견한 것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추가 폭로 가능성도 내비쳤다.
내년에 임기가 만료되는 두테르테 대통령과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히는 파키아오 간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파키아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지자로 분류됐으나 최근 들어 반대되는 행보를 보였다.
파키아오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친중 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대표 정책 중 하나인 ‘마약과의 전쟁’에서도 무차별적 살인으로 인권침해 비판이 이어지자 “개인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도 그동안 파키아오를 차기 대통령으로 치켜세우던 입장을 바꿨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복싱 챔피언이 정치에서도 챔피언이라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파키아오가 의사당에 앉아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 가지 말고 네가 얘기하던 부패 혐의를 조사해 찾아내라”며 "그렇지 않으면 '너는 더러운 자식(shit)'이라고 말하겠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파키아오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정치인은 더 높은 자리를 꿈꾼다”며 내년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파키아오는 오는 다음달 2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에롤 스펜스 주니어와의 시합 이후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의 정치체제는 6년 단임 대통령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다시 출마할 수 없지만 내년 대선에 자신의 딸인 사라(42) 다바오 시장을 내보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파키아오와 두테르테의 딸이 대결하게 된다.
두테르테는 부통령에 출하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필리핀의 부통령은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선거에 나서는 것은 미국과 같지만 투표는 정·부통령에 대해 따로 한다. 때문에 대통령과 부통령이 다른 당에서 나올 수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파키아오 대통령, 두테르테 부통령 체제가 구성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