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빗장 풀리자마자 勢 불리는 양대 노총…산업현장 폭풍전야

[개정노동법 첫날부터 심상찮은 勞]

兩노총 소방노조 1만4,000명…퇴직자 등 가늠 안돼

1위 노조 자존심 걸고 '6만 소방공무원' 확보에 사활

늘어나는 조합원에 실력행사 예고…사측 부담 불가피

홍순탁 한국노총 소방노조 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홍순탁 한국노총 소방노조 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개정 ‘노조 3법’이 6일부터 시행되면서 산업 현장은 그야말로 폭풍 전야다. 해고자와 실업자는 물론 퇴직 공무원·교원, 소방공무원의 노동조합 가입 빗장이 풀렸기 때문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개정 노조 3법 시행 첫날부터 소방공무원노조를 끌어들이며 몸집 불리기 경쟁을 예고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양대 노총의 각종 요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개정 노조 3법 시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동계의 최저임금 1만 원 이상으로 인상, 중대재해법 강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방노조 첫날만 1만 4,000명 가입…해직자·퇴직자는 가늠도 안 돼=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개정된 노조 3법은 해고자, 실직자, 퇴직 공무원·교원, 소방공무원 등 그동안 금지됐던 각계각층의 노조 가입을 허용했다. 이날 한국노총 산하 소방공무원노조는 조합원 6,000명으로 공식 출범했다. 민주노총도 8,000명의 조합원을 확보했다. 기업 해직자와 공무원·교원 퇴직자들의 노조 가입도 이날부터 가능하다. 하지만 노조 자체 규정을 고치는 작업을 해야 하는 만큼 아직 규모조차 가늠되지 않고 있다.

노조원 확대는 사측 입장에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조합원이 늘수록 경영 차질 범위도 커지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파업 시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없기 때문에 파업을 하면 노조의 의견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답답해한다. 이럴수록 노조는 사측과 대화하기보다 파업으로 문제를 푸는 데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택배노조의 파업과 4,000여 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로 배송 혼란이 발생했다. 그러자 경영계에서는 택배를 이용하는 국민이 볼모로 잡혔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정부가 과로사 방지 대책을 마련한 후에야 파업이 끝났다. 버스·지하철·우체국 등 그동안 공공 부문에서 일어난 파업도 해결 양상이 다르지 않았다.



◇양대 노총, 1위 노총 경쟁 본격화=소방공무원노조 출범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양대 노총의 몸집 불리기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방공무원 6만여 명을 어느 노조가 더 확보해 세를 불릴지가 노동계의 관심이었다. 이날 양대 노총은 불과 1시간 차이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출범을 경쟁적으로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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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노총의 조합원 불리기 경쟁은 앞으로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민주노총보다 조합원이 많았던 한국노총은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8년 1위 자리를 내놓았다. 당시 민주노총은 96만 8,000명, 한국노총은 93만 3,000명이었다. 불과 3만여 명 차이였다. 2019년과 지난해에도 민주노총이 1위 자리를 지키면서 지난해와 올해 조합원 확보 경쟁이 가열됐다.

한국노총은 올해 3월 공공서비스노조총연맹과 조직을 통합해 조합원이 140만 명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양대 노총의 경쟁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을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느냐로 불똥이 튀었다. 민주노총은 2019년 기준 조합원 1위 노총이라는 점을 근거로 9명인 위원 가운데 5명을 차지하는 게 맞다는 주장을 폈다. 최저임금 위원을 1명 더 확보해 한국노총보다 수적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적이다. 민주노총은 이 같은 주장을 하는 과정에서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까지 보이콧했다.

◇코너 몰린 민주노총…몸집 불리기에서 실력 행사로 가나=3일 민주노총 조합원 8,000여 명이 모인 종로 집회는 앞으로 노동계의 본격적인 실력 행사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분석이다. 김부겸 국무총리의 연이은 만류에도 민주노총은 집회를 강행했다. 청와대와 정부·여권에서는 방역이 우선이라며 민주노총을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앞으로도 장외 집회는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양대 노총은 노동정책과 관련해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움직임은 다소 다르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 달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같은 사회적 대화 기구나 다양한 대정부 소통 창구를 열어놓고 있다. 반면 민주노총은 오는 11월 총파업까지 예고하면서 한국노총과 확연히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이날 전면 파업을 결정한 현대중공업 노조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소속이다.

세종=양종곤·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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