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산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광주의 한 고등학생이 생전 학교폭력(학폭)에 시달렸던 정황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피해 학생 부모의 청원이 올라왔다.
숨진 A(17)군의 부모는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교 폭력으로 인해 생을 마감한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7일 오전 7시 기준으로 7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A군 부모는 "6월 29일 화요일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학교에 간다던 아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인근 산으로 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면서 "장례를 치르던 중 교실에서 폭행을 당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제보 받고 이유를 알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A군 부모는 "수년 간의 학교 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선택한 마지막 길이였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지낸다고 항상 씩씩하게 말하던 녀석인데 속으로 그 큰 고통을 혼자 참고 견디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아비로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도 했다.
아울러 A군 부모는 "가해 학생들이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저희가 지지치 않고 싸울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해달라"면서 "아들의 억울함을 풀고, 학교 폭력이 없는 세상이 오도록 끝까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5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11시19분쯤 광주 어등산 팔각정 근처에서 고교생 A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인근을 지나던 등산객의 신고로 구조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군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경찰은 A군의 몸에 외상이 없고 타살 정황 등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발인 하루 전날 A군의 부모는 장례식장으로 찾아온 A군 친구의 부모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됐다.
A군이 친구들에게 폭력을 당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됐기 때문으로 MBN이 5일 공개한 해당 영상을 보면 B군이 정신을 잃을 때까지 A군의 목을 조르는 모습이 담겼다.
1년 전 찍힌 것으로 보이는 해당 영상에서 B군은 주변 친구들에게 "(A군이) 기절하면 말해달라"면서 A군이 정신을 잃을 때까지 목을 조른다. 이어 A군이 정신을 잃자 B군은 치아를 드러내며 환한 표정을 지었고, 주변 친구들도 이 모습을 함께 웃는 장면이 고스란이 찍혔다.
A군 친구의 부모는 장례식장까지 와서 직접 영상을 보여준 이유에 대해 이들 가해자 가운데 한 명이 A군의 운구를 하기로 돼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군 유족은 "어떤 학부모님이 저희를 만나러 오셔서 동영상을 보여주셨다"면서 "목을 조르던 아이 중 하나가 내일 운구를 하게 돼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오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A군 유족은 "A군이 사망 전날에도 뺨을 맞았다는 걸 알았다"면서 "영상 속 가해 학생이 A군은 맷집이 좋으니까 때려보라고 하면서 (다른 아이들에게 폭행하도록) 시켰다고 한다"고도 했다.
A군 유족은 해당 영상을 포함해 학폭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7일 학교 관계자와 가해 의심 학생 등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는 한편 참고인 조사를 진행해 유가족이 주장한 의혹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