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경찰 간부, 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수산업자’ 김모(43·남)씨 측은 이번 사건이 ‘로비 게이트’가 아니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수산업자 김모(43·남)씨의 변호인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3회 공판 직후 취재진을 만나 “재판 진행을 보면 아시지 않겠나, 이건 그냥 사기 사건”이라며 “무슨 게이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금품 살포 의혹을 두고 회자되는 ‘수산업자 게이트’라는 표현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본인은 반성하고 있다. 그리고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여러분들한테 죄송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또 사건을 맡게 된 경위와 증인이 불출석한 경위 등에 관해 “저는 사건을 담당해 진행하는 변호인에 불과하다”며 말을 아꼈다. 김씨의 변호인은 과거 박영수 특별검사가 대표였던 법무법인 강남 소속 변호사이자 과거 박영수 특검팀 특별수사관이었다. 박 특검은 최근 김씨로부터 포르쉐 차량을 받았다는 의혹에 렌트비 250만원을 지급했다고 일축했으나 결국 지난 7일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재판부는 당초 이날 김씨의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증인 2명을 불러 신문하려 했으나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아 10여 분 만에 재판을 종료했다. 재판부는 이날 불출석한 증인 2명을 이달 21일로 예정된 다음 공판기일에 다시 소환하기로 하고 재판을 마무리했다. 다음 공판에는 김씨의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혐의 피해자 1명도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김씨는 앞선 재판에서 100억원대 사기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공동협박과 공동공갈 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김씨는 지난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선동 오징어’(배에서 잡아 바로 얼린 오징어) 투자를 미끼로 7명의 피해자로부터 총 116억 2,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올해 4월 기소됐다. 그는 "선동 오징어에 투자하면 수개월 안에 3∼4배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피해자들을 속였으나 실제로는 선박을 운용하거나 오징어 매매 사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무성 전 의원의 형이 86억 4,000여만원, 전직 언론인 송모씨가 17억 4,000여만원을 투자했다가 피해를 봤다. 김씨는 과거 사기죄로 복역하던 중 구치소에서 만난 송씨의 소개로 김 전 의원의 형을 알게 됐고, 이후 이들을 대상으로 범행했다.
이 밖에도 김씨는 작년 12월 한 사기 피해자가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항의하자 자신의 수행원들과 함께 피해자를 협박(공동협박)하고, 올해 1월 같은 피해자가 과거 자신에게 팔았던 승용차를 회수하자 차를 받아내도록 수행원들을 교사한 혐의(공동공갈 교사)를 받는다.
한편 이날 재판은 김씨가 현직 검사와 경찰관, 전·현직 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이후 김씨가 공개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는 첫 자리였다. 구속 상태인 김씨는 이날 변호인에게 발언을 모두 맡기고 직접 목소리를 내지 않은 채 묵묵히 피고인석을 지키다가 다시 구치감으로 향했다.
김씨는 재판이 진행 중인 혐의들과 별개로 부부장검사로 강등된 이모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직위해제 된 전 포항 남부경찰서장,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지목한 이들과 김씨를 모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