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여성이 짧은 반바지에 장화를 신고 있어 신체 노출이 조금 있었다"면서 "때문에 해당 칸에 있던 어떤 남성들도 그 여성을 부축하거나 도울 생각을 하지 않더라"라고 서울 지하철 3호선 열차 안에서 여성이 쓰러졌는데도 남성 승객들이 '성추행 누명'을 쓸까봐 이를 외면했다는 취지의 글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쓰러진 여성 승객을 보고 119에 최초 신고했다고 밝힌 네티즌 A씨는 지난 6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을 통해 '지하철 핫팬츠녀로 기사 난 사건의 119 최초 신고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A씨는 "정확히 사건에 관해 쓰자면 제 앞에 서 있던 20대 여성분이 제 위로 쓰러졌다"면서 "순간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그분 주위로 몰렸고, 제가 바로 119에 신고했다"고 주장하면서 119에 신고한 휴대전화 통화 내역, 당시 상황을 두고 지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캡처한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A씨는 "이후 119 구조대원분들이 (쓰러진 여성을) 일단 바깥으로 옮겨 달라고 해서 제가 주위 분들한테 소리쳤다"며 "여성 1명과 남성 2명이 그(여성)분을 들어서 압구정역에서 내렸다"고 상황을 전했다.
A씨는 또한 "(쓰려진 여성이) 딱히 핫팬츠도 아니었고 장화도 신고 있어서 성추행이니 뭐니 할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면서 "안 도와주시는 분들은 그냥 자리가 멀어 떨어져 있거나 해서 안 도와줬던 것이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와 '괜찮냐' 물어보고 다 같이 한마음 한뜻으로 도왔다"고도 했다.
아울러 A씨는 "여성분은 의식을 차렸는데 손이 안 움직인다고 해서 역무원들이 '만져도 괜찮냐'고 물었고, 손에 감각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 주물러 줬다"며 "(압구정역) 역무원분들이 제 번호를 최초 신고자라며 받아갔고, 여성분은 울면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고 적었다.
여기에 덧붙여 A씨는 "그때 저는 '우리나라 아직 살만하구나, 세상이 아직 따뜻하구' 느꼈는데 제대로 상황을 보지도 않으신 분이 인터넷에 이상하게 글을 퍼 날라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지 않는 사회가 될까 무섭다"고도 썼다.
이에 대해 3호선 운행사인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3일 오후 5시 50분쯤 3호선 객차 내에서 여성 승객이 쓰러졌고, 성별이 명확히 식별되지 않은 승객이 객차 내 인터폰으로 승무원에게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후 열차가 압구정역에 들어와 멈춘 뒤 신고를 받고 대기하던 역무원이 쓰러진 여성을 승강장으로 옮겨 구호 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4일 '지하철에서 생긴 일'이라는 제목으로 '신체 노출'이 있는 옷을 입은 여성이 지하철 열차 안에서 쓰러졌지만 성추행 누명을 우려해 남성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쓰러진 여성이 짧은 반바지에 장화를 신고 있어 신체 노출이 조금 있었다"면서 "때문에 해당 칸에 있던 어떤 남성들도 그 여성을 부축하거나 도울 생각을 하지 않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작성자는 "결국 아주머니들과 젊은 여성들이 도와서 지하철 밖으로 쓰러진 여성을 부축해 나갔다"고 적었다.
해당 글을 두고 '도와주고 신고라도 당하면 골치 아프다. 현명하다'라는 의견과 '일단 사람을 살리고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맞서면서 젠더 갈등으로까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