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계기로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며 물류 부동산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물류센터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신규 인허가는 제한적이어서 당분간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류인영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코리아 상무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쿠팡, 신세계, 네이버 등 이커머스 기반 플랫폼업체들이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물류 경쟁력을 중시하게 됐다”면서 “이에 따라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 인근 물류센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자체들이 균형 발전 차원에서 물류시설에 대한 신규 인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어 인허가를 받은 도심 인접 창고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는 2023년까지는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C&W는 오피스·물류·리테일 분야에서 매각·임대 자문을 하는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회사다. 류 상무는 이 가운데 물류 관련 시장 분석에서부터 듀딜리전스(실사) 및 컨설팅, 임대차, 매입·매각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Industrial & Logistics sector Group(물류자문그룹)을 총괄하고 있다. C&W는 코로나19 이후 전세계적으로 온라인 소비가 급증하면서 물류센터가 빠르게 성장하는 점에 주목, 올해 중점 사업을 물류로 정하고 물류자문그룹의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중이다. 류 상무가 이끄는 C&W물류자문그룹 멤버들을 만나 물류 부동산 현황 및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물류가 부동산 대체투자시장에서 투자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오피스 등 여타 상업용 부동산을 압도하고 있다. 류 상무는 “예전에는 물류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국내 외환위기(IMF) 이후 싱가포르 투자자인 메이플트리가 처음으로 국내 물류창고에 투자할 당시만 해도 과연 메리트가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다”면서 “2010년 이후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고 물류 수요가 늘면서 단순한 창고 개념이 아닌 물류 체인이라는 개념으로 투자상품이 되겠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C&W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10~2020년 수도권이 공급된 물류센터는 약 245만평에 달하며, 2021~2023년 약 65만평의 물류센터가 추가로 공급될 전망이다. 지난 10년간 연 평균 24.5만평이 공급됐다면 향후 2년간은 연간 32.5만평이 공급되는 것으로, 약 32.7% 증가하는 셈이다.
물류 부동산 활황에 힘입어 미국의 경우 물류 핵심 자산의 요구수익률(cap rate)이 하락하고 있다. 요구수익률은 부동산을 운용해 얻는 임대료 수입에서 관리비 등 비용을 차감한 순운영수익(Net Operating Income·NOI)을 거래가격으로 나눈 것으로, 통상적으로 요구수익률 하락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물류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박현호 차장은 “미국에서는 물류 핵심 자산의 요구수익률이 오피스 핵심 자산의 요구수익률보다도 낮아지는 역전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현상이 국내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 C&W코리아가 주선한 경기도 안산시 신축 물류센터 ‘그레이박스’ 매각은 예상 목표가보다 훨씬 높은 3,000억원 이상의 가격에 성사됐다. 원매자가 7곳이나 몰릴 정도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KB자산운용의 품에 넘어갔다. 박 차장은 “그레이박스는 연면적 11만㎡ 규모의 도심형 유통 물류센터로 도심 접근성이 편리하고 배후인구가 풍부해 관심을 모았다”면서 “내년 4월 준공 예정으로 선매각시 준공 몇 개월 전에 임대차 계약이 되는지가 중요한데 이 자산의 경우 임대차가 채워져 있지 않더라도 준공 시점에는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이란 인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노후화된 물류 창고를 허물고 새로 짓는 프로젝트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일종의 재건축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에 대해 물류컨설팅을 맡은 조서윤 차장은 “요즘 물류센터 수요가 급증하다 보니 설계를 잘 하는 A급 시공사들은 벌써 예약이 꽉 찬 상태”라면서 “창고 구조 설계에 따라 보관 물량(capacity) 및 입출고 효율성이 달라지는 점을 감안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선식품 배송이 크게 늘면서 저온창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점도 새로운 트렌드다. 물류임대 업무를 담당하는 지현승 이사는 “수도권의 경우 물류창고에서 저온창고의 부가가치가 매우 높다”면서 “핵심 지역에서는 저온창고 한 두 층을 컨버전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 이사는 “그렇다고 무조건 냉동 및 저온창고의 비율을 늘리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상온창고와 냉동 및 저온창고의 비율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컨설팅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C&W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공장 매입·매각 및 임대차 자문 업무도 하고 있다. 산업임차팀의 김형우 과장은 “글로벌 기업들 가운데 화학, 타이어 등 공해 유발 업종의 경우 보유하던 국내 공장을 매각해 철수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첨단산업쪽은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