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올바른 기업관 교육시키고, 정책 만들 때 기업 의견 반영해야"

<하> 國富 창출, 반기업 해소가 먼저다-서경 펠로·전문가 진단

차기 정부도 '反기업' 만연 땐 경제성과 내기 어려워

'결국 기업이 국부 창출·고용 원동력' 의식 확산 시급

경제 5단체 힘 모으고 기업도 과감한 투자·도전 필요





대한민국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주주는 무려 3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는 전체 성인 인구의 10%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5월 액면 분할된 후 일약 ‘국민주’로 떠올랐고 최근 1년 사이에만 200만여 명의 주주가 증가했다.



삼성전자 주주 구성이 상징하듯 시민들의 경제활동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취업과 투자 등 모든 측면에서 기업이 잘돼야 개인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기업은 악(惡)’이라는 반기업 정서가 팽배하다. 정치권은 이를 교묘히 부추겨 표를 얻고 공무원들은 규제와 인허가권으로 자리를 유지한다.

8일 서울경제 펠로(자문단)들은 “지금처럼 반기업 정서가 만연할 경우 차기 대선을 통해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유의미한 경제적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기업관을 가르치는 교육 △시장경제 전문가를 중용하는 인사 △반기업 정서 해소를 위한 경제 단체 연대 △정부의 인허가권 축소를 통한 정경유착 근절 △다양한 경로의 주식 투자 활성화 등을 반기업 정서 해소 방안으로 제시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국가의 부(富)를 일구는 것은 결국 기업이므로 기업과 동반자적 관계에서 국가를 설계하고 기업과 함께 성장해야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英, 정부가 나서 반기업 해소


펠로들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급속한 산업화의 그늘에 더해 일부 재벌의 일탈, 민주화 세력에 쏠린 정치권력 등을 우리나라에서 유독 반기업 정서 해소가 더딘 이유로 분석했다. 정부가 아닌 기업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시대로 변했는데도 반기업이라는 낡은 도그마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양세영 세한대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도 반기업 정서가 있었으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친기업 정서를 만들려고 노력해왔다”면서 “반면 우리 정부는 여전히 반기업 정서, 즉 포퓰리즘에 편승한 규제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금 우리 국회의원들을 보면 운동권 출신이 절반이 넘을 것”이라면서 “이런 정치적 환경에서 대선 주자가 반기업 정서를 없애는 게 가능할까 싶다”고도 말했다.



양 교수는 “결국 반기업 정서 해소를 꾸준히 이뤄내기 위해서는 경제 5단체가 연합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경제 단체의 노력을 국민들이 포용해주면 정부도 반기업 정서 해소를 위해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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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기업관 학교부터 시작


펠로들은 반기업 정서 해소를 위해서는 우선 기업에 관한 올바른 가치관 정립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경묵 교수는 “학교 교육 현장에서부터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핵심 주체라는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면서 “기업은 돈을 벌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식의 교육이 아닌 현실적인 내용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기업이 투자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는 원동력이라는 의식을 갖지 않으면 경제적인 성과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차기 대선 주자들 역시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것은 기업’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펠로들은 지적했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이후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나 제품·서비스 등이 매우 다양하게 생겨나는 과정에서 이를 뒷받침해줄 기업 친화적인 정책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면 교수는 아울러 “중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자리에 기업인 출신을 기용하면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참신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인사 검증 기준을 완화해 폭넓게 인재를 등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더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한 주식 투자 활성화 역시 반기업 정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영면 교수는 “미국을 예로 들면 우리와 반대로 가계 자산의 3분의 1이 증권시장에 투자돼 있다”면서 “국민들이 자신이 투자한 기업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함부로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기 힘든 배경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업도 기업가 정신 실천 필요


펠로들은 기업들 역시 반기업 정서 해소를 위해 더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중에서도 사건 사고가 터졌을 때 사후 처리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중대재해법 등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이 모두 기업들에 대한 여론 악화를 등에 업고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영면 교수는 “오래된 사례이나, 진통제 타이레놀은 과거 매장에서의 바꿔치기 범죄로 독극물 논란이 일어났을 때 제조사인 존슨앤드존슨이 미국 내 매장에 진열된 모든 타이레놀을 폐기하고 이후 개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약병으로 대체했다”며 “엄청난 비용이 들었으나 이제는 믿고 복용하는 타이레놀이 됐다”고 말했다.

낙후된 지역 등에 과감히 투자하는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있었다. 양 교수는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모습이 반기업 정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홍우 기자·이경운 기자·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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