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1주기 추모제가 9일 유족들만 참석해 차분하게 열렸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 법당에서 이날 오전 11시에 열린 추모식에는 부인 강난희씨와 딸 다인씨가 참여했다. 아들 주신씨는 외국에 있어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웅전 안에는 가족들과 스님들만 입장했다. 시민들과 관계자들은 바깥 대웅전 마당에서 추모제를 지켜봤다.
가족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서로 거리를 띄운 채 별다른 말없이 조용히 박 전 시장을 추모했다. 이들은 추모제가 진행되는 40분 동안 간간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부인 강씨는 전날 친필 편지를 통해 “코로나 상황이 급격히 악화해 1주기 추모 행사는 가족들끼리만 지내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미리 밝혔다. 유족들은 조계사에서 시민 참여 방식의 추모행사를 열고 다음날 10일 경남 창녕 묘역에서 추모객을 맞이하는 자리도 마련하려고 했으나 최근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일정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추모제에는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김주명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 등 박 전 시장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봉구청장과 서울시구청장협의회에서도 근조화환을 보냈다.
추모제를 촬영하려는 유튜버들과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과 설전이 오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우파 성향 유튜버가 휴대전화로 추모제를 중계하자 박 전 시장의 지지자인 50대 남성이 “여기서까지 이러지 말라”며 촬영을 제지했다.
추모제를 마치고 나온 강씨는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유족과 친분이 있는 이들은 강씨 모녀의 등을 손으로 두드리고 어깨를 껴안으며 위로했다.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이 “여사님 힘내세요”, “건강하세요”라고 말하자 강씨는 허리 숙여 인사하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강씨 모녀가 조계사를 빠져나갈 때까지 손을 흔들며 자리를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시장의 지지자 50대 이모씨는 “돌아가신 지 벌써 1년이 지났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1주기인데 코로나19로 조용하게 치러진다니 아쉬워서 개인적으로라도 추모하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