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잉글랜드가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사상 첫 우승에 대한 기대감에 델타 변이 확산 우려도 잊은 모습이다.
8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오는 11일 잉글랜드가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결승전에서 이탈리아를 이기면 공휴일을 추가 지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어떻게 되는지 보자”며 지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 정부 소식통은 결승전으로부터 한 주 뒤인 19일을 공휴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은 영국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대부분의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해제되는 날이기도 하다.
국민들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의회에는 경기 다음 날인 12일을 공휴일로 정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현재 27만 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일부 기업과 학교는 결승전 다음날 출근과 등교 시간을 늦추기도 했으며, 휴가를 신청한 사람도 8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승전 당일 술집 영업시간도 연장됐다.
유로 2020 결승전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잉글랜드가 주요 국제 축구 대회 결승전에 진출한 것은 55년 만이며, 이번에 이기면 사상 처음으로 유로 우승 트로피를 들게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잉글랜드 축구팀을 이끄는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 하는 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열기에 코로나19 확산세에 대한 우려는 뒷전으로 밀려나 보건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8일 영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만 1,977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감염 비중이 99%에 달해 정부는 조만간 신규 확진자가 5만 명이 넘을 수 있다고도 예상하고 있다. 영국은 현재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아 축구 경기가 있을 때마다 거리 곳곳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응원하는 모습이 보였다.
정치권 일각에서 유로 2020 결승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노동당은 결승전 전에 스포츠 경기에 대규모로 관중을 수용하는 것에 대한 시험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유로 2020 잉글랜드전 이후 웸블리에 다녀온 팬의 15%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