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가요

[이주의 가수] SF9, 데뷔 6년차 그룹이 정체성을 찾았을 때

SF9 /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SF9 /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SF9이 드디어 독보적인 색깔을 찾았다. 평균 키 181cm의 우월한 피지컬로 ‘모델돌’로 불리는 이들이 선보이는 섹시 콘셉트는 단편적이지 않다. 세련되면서도 몽환적이고 신비하다. 데뷔 6년 차가 되도록 끊임없는 도전 끝에 찾은 정체성이다. ‘아이돌 마의 7년’이라는 시간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는 꿈의 ‘끝’이 아닌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SF9(영빈, 인성, 재윤, 다원, 로운, 주호, 유태양, 휘영, 찬희)은 5일 아홉 번째 미니 앨범 ‘턴 오버(TURN OVER)’를 발매했다. 지난해부터 전개되고 있는 SF9의 세계관 시리즈 ‘글로리(9lory)’의 마지막 앨범이다.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킹덤 : 레전더리 워’(이하 ‘킹덤’) 출연 이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앨범이라 더욱더 주목을 받았다.

‘턴 오버’는 비극적인 결말일지라도 정해진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SF9의 의지를 드러낸 앨범. ‘킹덤’에서 1차 경연 꼴찌로 시작한 SF9이 점차 자신들만의 색깔을 찾아가면서 3차 경연 1위까지 오르는 초고속 성장세를 보였던 것이 연상된다. ‘킹덤’에서 그룹의 정체성과 강점을 제대로 각인시킨 이들의 다음 행보로 알맞은 앨범이다.

타이틀곡 ‘티어 드롭(Tear Drop)’은 앨범 주제를 관통한다. 눈물(티어 드롭)은 운명을 바꾸는 매개체로, ‘뚝뚝 흐르는 눈물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고 역설적으로 묘사됐다. 비극적 상황을 아름답게 승화시킨 표현이다. 슬픔이 묻어있는 멜로디는 파워풀하기보다 담담하고 절제하는 보컬로 풀어냈다. 한 가지 톤으로 흘러갈 수 있는 곡에 주호, 휘영, 영빈의 랩핑이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 사진=SF9 'Tear Drop' 뮤직비디오 캡처/ 사진=SF9 'Tear Drop' 뮤직비디오 캡처



SF의 노련한 강약 조절은 퍼포먼스에서 빛을 발했다. 이들은 섹시 콘셉트를 직관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뒤를 돌아 살짝만 고개를 돌린 채 골반을 돌리거나, 어깨를 돌리며 섹시함을 강조했다. 동작이 많지도 크지도 않다. 은근한 분위기를 풍길 뿐이다. 그러면서도 절도 있는 군무로 시선을 놓칠 수 없게 한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잡는 안무와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듯한 포인트 안무도 간단하지만 가사와 딱 맞아 떨어져 깊은 인상을 남긴다.

관련기사



뮤직비디오는 SF9의 ‘모델돌’ 이미지가 십분 활용됐다. 다양한 오브제를 사용한 공간이 비춰지며 시작되고 흑백 화면 속 SF9이 등장한다. ‘모델돌’ 답게 패션 필름 같은 느낌이다. 군무신에서는 깨져 있는 오브제 조각들과 눈물을 표현한 물방울이 허공에 떠있다. 슬픔의 순간들을 오롯이 느끼고 있는 듯하다. 아울러 흑백과 컬러 화면이 교차돼 감정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SF9이 확실한 그룹색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킹덤’의 비중이 크다. 전작 ‘굿 가이(Good Guy)’로 데뷔 후 첫 1위 트로피까지 받으며 섹시 콘셉트를 인정받은 이들은 ‘킹덤’에서 젠더리스한 섹시 콘셉트를 선보이며 ‘SF9=섹시’라는 공식을 만들어 냈다. 스스로 자신들만의 색깔을 찾았다고 여긴 이들은 ‘킹덤’ 출연 전 준비하고 있던 이번 타이틀곡의 안무를 전면 수정했다. 대중의 니즈와 자신들의 강점이 부합하는 지점을 찾고 확실히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정체성을 찾으니 대중과 팬들의 반응은 뜨거워졌다. 9일 기준 초동 12만장을 훌쩍 넘어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여름 향기가 날 춤추게 해’가 수록된 전작이 초동 7만장대로 최고 기록을 세웠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11일(일요일)까지 초동 집계를 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전작의 2배 이상의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F9 /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SF9 /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SF9의 급격한 상승세가 반가운 이유는 그룹 활동에 대한 의지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발표한 미니 8집 이후 멤버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설 수 있는 무대가 적어지자 개인 활동에 집중했다. 대부분의 멤버들이 연기 쪽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또 다른 기폭제가 되긴 했지만, 가수로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다며 ‘킹덤’에 도전했다. 전속계약 만료 시기가 되기 전 완전체 멤버가 조기 재계약을 하며 그룹 활동에 대한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이제 SF9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달려갈 일만 남았다. 자신의 강점을 아는 것만큼 큰 무기가 없으니. SF9은 이제 새로운 꿈을 꾼다.

“많은 선배님이 군백기(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를 마치고 돌아와 활동하는 걸 보니 정말 멋있더라고요. 다른 K팝 후배들이 우리를 봤을 때도, 롤모델 삼을 수 있는 SF9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마음 모아서 재계약한 만큼 흩어지지 않고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5일 ‘턴 오버’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SF9 /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SF9 /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추승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