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美, 이란 자금 문제 해결에… 정부, 中 일대일로 견제 '협력'

이란, 원화자금으로 유엔 분담금 납부

정부, 中 견제하는 'B3W'에 협력키로

디지털세 세부안 마련에는 '지속 협조'

홍남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홍남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미국이 이란의 원화자금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우리 정부는 신남방 정책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연계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견제하는 미국의 ‘더 나은 세계재건(Build Back Better World·B3W)’에 협력 의사를 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양자회담을 열고 주요 20개국(G20) 주요 현안 및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면담은 지난 3월 옐런 장관의 취임을 계기로 한 전화 통화 이후 처음 이뤄진 대면 면담이다.

홍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미국의 통화스왑 연장과 이란 원화자금 이슈 관련 미국의 지원에 감사함을 표했다. 지난달 미국 정부는 이란이 한국에 묶여 있던 원화자금 약 182억원을 활용해 유엔 분담금을 낼 수 있도록 승인해줬다. 2018년 미국 트럼프 정부의 이란 제재 복원으로 막혔던 이란과 한국 내 원화 계좌를 통한 거래가 가능해진 것이다. 원화자금을 활용해 미납 유엔 분담금을 내게 된 이란은 유엔 총회 투표권을 돌려 받을 수 있었다.



미국의 이란 제재로 가로 막혀 있던 우리 기업의 수출 미수금 문제도 해결됐다. 과거 우리 기업은 이란으로 수출하면 원화계좌를 통해 수출 대금을 받았지만 미국의 제재로 이 계좌 운용이 중단되면서 수출 기업은 미수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원화계좌를 활용할 길이 열리면서 우리 기업도 그동안 받지 못했던 이란 수출대금을 회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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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우리 정부는 신남방 정책과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 간 연계 등을 통해 미국이 추진 중인 B3W에 협력하기로 했다. B3W는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는 미국 주도의 글로벌 기반시설 투자 구상이다. 이는 2035년까지 개발도상국 인프라에 총 40조 달러 이상 투자를 목표로 한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국가를 대상으로 영향력을 강화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됐지만 그동안은 자금 조달 방안 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옐런 장관은 한국의 B3W 협력 의사에 감사를 표시했다. 한미 정상회의 당시 발표한 주요 협력과제의 후속 조치를 이행해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데 홍 부총리와 인식을 같이 하기도 했다. 양측은 이란 원화자금의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로의 자금 이전(SHTA) 등 문제에도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 추진 등 기후 대응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옐런 장관은 한국의 신규 해외 석탄발전 공적 금융지원 중단 선언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차원에서 한국의 사례 확산을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옐런 장관이 녹색기후기금(GCF)에 대한 민간 참여 확대 및 GCF 역량 강화 필요성을 언급하자 홍 부총리도 공감을 표명하고 앞으로 협력을 강화하자고 화답했다.

홍 부총리와 옐런 장관은 포괄적 이행체계(IF) 총회에서의 디지털세 합의안을 역사적인 국제조세 개혁안이라고 평가했다. 오는 10월까지 논의 예정인 초과이익 배분율, 매출귀속 기준 등 세부 사항들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특히 앞으로 세부안 마련을 위한 국제 논의가 디지털세 필라1, 필라2의 실제 집행에 매우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양국이 합리적인 최종안 도출을 위해 지속 협조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홍 부총리는 류트피 엘반 터키 재무장관과 만나 세계경제 동향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양국 간 무역·투자 등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엘반 장관은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석유화학,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교류를 확대해 나가자며 비자 면제, 직항노선 활성화, 신규 통화스왑 체결, 터키 관련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 상호 평가 지원을 요청했다.

홍 부총리는 양국 교류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는 한편 터키 측 제기 사항에 대해 관련 부처와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양국은 조속한 시일 내 한-터키 경제공동위원회를 통해 교류·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베니스=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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