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대통령 암살 후 아이티 권력투쟁...영부인 "남편에게 총알 퍼부어"

아이티 영부인 피격후 첫 육성

"나라가 길 잃게 내버려 둘 수 없어…남편 피 헛되게 안 할 것"

하지만 정국은 권력투쟁 속 혼란

암살후 임시총리가 국정 수습중

상원은 자체 임시대통령 지명

무장괴한에 암살당한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과 총상을 입고 치료 중인 부인 마르틴 모이즈 여사 /AFP연합뉴스무장괴한에 암살당한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과 총상을 입고 치료 중인 부인 마르틴 모이즈 여사 /AFP연합뉴스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암살 당시 총상을 입었던 부인 마르틴 모이즈 여사가 사건 이후 첫 육성을 공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모이즈 여사는 10일(현지시간) 대통령 부인 공식 트위터에 아이티 크레올어로 된 음성 메시지를 올려 "눈 깜짝할 사이에 괴한들이 집에 들어와 남편에게 한 마디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총알을 퍼부었다"고 말했다.

모이즈 여사의 육성 공개는 지난 7일 새벽 사건 발생 이후 사흘 만이다. 모이즈 대통령은 당시 사저에 침입한 괴한들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모이즈 여사도 총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모이즈 여사는 "나는 신 덕분에 살았지만, 남편을 잃었다"며 "이 나라가 길을 잃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남편의 피를 헛되이 흘려 버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이티 당국에 따르면 암살에 가담한 괴한은 모두 28명으로 이중 26명이 콜롬비아인이며 2명은 아이티계 미국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17명이 체포됐으며 3명은 사살됐다. 당국은 나머지 8명을 뒤쫓고 있다.



아직 암살 동기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모이즈 여사는 "난 여러분(아이티 국민)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관련기사



하지만 아이티 대통령의 암살은 미주 대륙 최빈국인 아이티를 이미 혼란에 빠뜨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아이티에서 대통령 암살 사건 이후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누가 정국을 수습할 총리를 맡을지 분명하지 않은 가운데 상원은 자체적으로 임시 대통령을 지명하는 상황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당한 이후 클로드 조제프 임시 총리가 아이티의 국정 책임을 맡고 있다. 조제프는 지난 4월 조제프 주트 총리가 갑자기 사임하자 외교장관에서 임시 총리로 임명됐다.

아이티는 지난 7일 관보 특별호에서 새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총리와 내각이 통치한다고 밝혔으며 마티아스 피에르 선거장관도 오는 9월 26일 대통령 및 의원 선거 때까지 조제프 총리가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제프 총리는 15일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암살 이후 정부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

아이티에는 대통령 유고시 대법원장이 권한을 승계하는 1987년 헌법과 의회가 투표를 통해 임시 대통령을 뽑는 2012년 개정 헌법이 있다. 그런데 2012년 개정 내용이 프랑스어로는 반영됐지만 또 다른 공용어인 크레올어로는 번역되지 않아 두 헌법이 함께 존재하는 상황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문제는 두 헌법을 모두 적용해봐도 후계자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르네 실베스트르 대법원장은 최근 코로나19로 사망해 1987년 헌법의 적용 대상이 없다. 그동안 아이티의 정국 혼란 탓에 의회 선거가 제때 치러지지 못해 하원의원 전체, 상원의원 3분의 2가 임기가 끝난 상태다. 2012년 헌법을 통해 의회가 임시 대통령을 선출할 길도 막혀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의사 출신의 아리엘 앙리가 최고 권력자를 자임하고 나섰다. 그는 모이즈 대통령 피살 이틀 전에 조제프 총리를 대신할 새 총리로 지명됐지만 공식 취임 선서는 하지 못했다. 앙리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조제프 임시 총리가 아닌 자신이 아이티를 이끌어야 하고 그에 부합하는 새 정부를 꾸리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또 새 내각은 정파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현재 선거위원회를 새로 구성할 것이고, 이 위원회가 새로운 선거일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9월 26일인 선거일이 바뀔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국제사회는 연말로 예정된 아이티의 대선과 총선을 그대로 치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아이티 상원은 9일 조제프 랑베르 상원의장을 모이즈 대통령을 대신할 임시 대통령으로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조제프 총리를 향해 앙리에게 권한을 이양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랑베르 의장이 임시대통령에 취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하원은 아예 없고 상원 의원 역시 정원 30명 중 10명밖에 남지 않아 임시 대통령 선출이 가능한 정족수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김기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