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이렇게 쉬울 수 없다. 쳤다 하면 버디 찬스 또는 파 보장이고, 고비인가 싶으면 먼 거리 버디 퍼트가 잘도 들어간다.
‘대세’를 넘어 ‘골프 로봇'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박민지(23·NH투자증권) 얘기다. 박민지가 11개 출전 대회에서 6승째를 챙겼다. 우승 확률 54.5%. ‘전설’ 신지애(33)의 9승 페이스와 똑같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단일 시즌 최다 우승이 2007년 신지애의 9승인데, 당시 신지애는 첫 11개 대회에서 6승을 몰아친 뒤 3승을 더 보탰다.
신지애는 6승 달성 뒤 7개 대회에 더 나갔다. 지금은 대회가 훨씬 많다. 박민지는 앞으로 나갈 대회가 최대 16개나 된다. 14년 만의 기록 경신이 보인다.
박민지는 11일 경기 파주 서원밸리CC(파72)에서 끝난 대보 하우스디오픈에서 합계 16언더파 200타로 우승했다. 시즌 6승, 통산 10승으로 상금은 1억 8,000만 원. 시즌 상금 10억 원을 돌파(약 11억 2,800만 원)한 상금·평균 타수 1위 박민지는 대상(MVP) 포인트 1위도 탈환했다. 7월에 시즌 6승과 상금 10억 원을 돌파한 선수는 KLPGA 투어 사상 박민지가 처음이다.
박민지는 “지난주 (1타 차) 컷 탈락 뒤 마음가짐을 ‘리셋’해서 그런지 플레이가 잘 됐다. 국내 투어 최다 승 기록에 한 발 더 다가간 느낌이다. 3승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민지는 54홀 동안 버디 17개를 쌓았고 보기는 딱 1개만 범했다. 그 1개가 최종 3라운드인 이날 17번 홀(파3)에서 나왔다. 13m에서 스리 퍼트를 했다. 1.5m 파 퍼트를 못 넣어 서연정에게 동타를 허용했다. 치명적이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박민지는 “54홀 노 보기 실패가 아쉬웠지만 보기 덕분에 마지막 한 홀 승부가 재밌어졌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다"고 돌아봤다. 18번 홀(파4)에서 박민지는 4m 버디 퍼트를 넣어 2타 차로 우승했다.
2라운드 2타 차 선두로 데뷔 첫 우승을 기대했던 서연정은 러프에서 그린에 올리지 못했고 파 퍼트도 실패해 보기로 마감했다. 14언더파 2위. 통산 네 번째 준우승이다. 오지현은 13언더파 3위, 최혜진은 10언더파 공동 8위에 올랐고 장하나는 7언더파 공동 17위로 마쳐 대상 포인트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날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타를 줄인 박민지는 7번 홀(파5) 파 세이브가 우승에 결정적이었다고 돌아봤다. 드라이버 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나무 밑으로 갔고 두 번째 샷도 반대편 러프로 가는 보기 위기였는데 네 번 만에 그린에 올려 4m 파 퍼트를 기어이 넣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박민지는 다음 홀인 8번(파3)에서 6m 넘는 버디를 넣어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네 홀을 남기고는 서연정과 1 대 1 매치플레이 분위기였다. 16번 홀(파5)에서 서연정이 먼저 그린에 잘 올렸는데 박민지는 더 가까운 거리에 떨어뜨린 뒤 버디를 잡아 기선을 제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