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에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속앓이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기대하며 비중을 높여갔지만 주가는 좀처럼 오르지 않고 도리어 업황 둔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파운드리(위탁생산), 그래픽처리장치(GPU), 아날로그 반도체 등 비메모리 업체들은 초호황을 맞으며 주가가 견고한 강세를 유지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9일 7만 9,400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한 달 간 1.97% 떨어졌으며 연초 이후에는 4.34%나 빠졌다. SK하이닉스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 달 동안 주가는 2.85% 떨어졌고 올해 들어선 5.16% 빠졌다. 모두 코스피 지수보다 성과(1개월 -0.20%, 연초 이후 11.99%)보다 못하다.
반면 비메모리 업종의 움직임은 대조된다. 대표적인 업체가 DB하이텍이다. 이 회사 주가는 최근 한 달 11.4% 올랐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8.59%다. DB하이텍은 8인치 웨이퍼 생산을 주력으로 하며 파운드리 세계 10위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 외에도 국내 비메모리 공급망 업체로 꼽히는 테스나, 네패스 등은 상반기 부진했던 주가를 뒤로 하고 최근 1개월 15.29%, 12.11%의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 흐름도 비슷하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인 SOXX가 올해 들어 17.67% 올랐다. 비메모리의 비중이 큰 이 ETF 수익률의 1등 공신은 GPU 업체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서 주가가 52.90%나 뛰었다. 최근 한 달 상승률도 15.07%에 이른다. 아날로그 반도체 기업인 마벨도 주가가 올해 23.08% 상승했고 1개월 수익률은 10.04% 수준이다. 이에 반해 ETF에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적은 마이크론은 최근 한 달 0.68% 주가가 빠졌다. 올해 상승률은 6.33%지만 다른 종목에 비해선 성과가 크지 않다.
국내 기업의 비중이 압도적인 메모리 산업은 반도체 가격 상승과 하락 간 사이클의 진폭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가운데 선반영 성격이 짙은 주식 시장에서 ‘코로나 특수’는 막바지 단계며 메모리 강세도 곧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를 누르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월가에서 마이크론에 ‘매도’ 의견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반해 비메모리는 업황이 비교적 안정적이며 4차 산업혁명 시기에 그 중요성이 더 커진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전 세계 반도체 공급난(쇼티지)이 아날로그 반도체 중심인 점도 주가의 움직임을 갈랐다는 견해다. 개별 업체들의 인수합병(M&A) 이슈도 호재였다.
전망은 갈린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반해 DB하이텍은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는 등 긍정적 신호가 최근 부쩍 늘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례 없는 비메모리 공급 부족 상황에서 DB하이텍은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월가에서는 엔비디아의 목표주가가 1,000달러까지 제시됐다. 800달러인 현 주가 대비 25% 상승 여력이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