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전력정책 구조 개혁 시급하다

최기련 아주대 명예교수

한전 年 2조원대 순손실 쌓이는데

전력기술 체계에 정치이념 뒤엉켜

방치땐 연료비 연동해도 수습 불가

한전 경영 사회적 합의 기준 마련을

최기련 아주대 명예교수최기련 아주대 명예교수




‘연료비 연동제’ 도입에도 국민 생활 불편을 이유로 3%가량 상승해야 할 전기 요금이 그대로 유지됐다. 오래되고 익숙한 사례의 반복이다. 전력 ‘총괄원가 보상원칙’ 때문에 언젠가 요금 인상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어느 누구도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탈원전·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명분으로 전력수급계획이 빈번하게 바뀌지만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올여름 전력 예비율이 5% 이하로 내려갈 경우 정전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그럼에도 신규 원전 가동 등 수급 안정 노력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대신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이슈로 삼을 것 같다. 이념 정치는 반드시 미래에 한국전력에 대한 경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직접 이해 당사자인 한전 경영진은 침묵 중이다. 국민을 대리해 공익이사 역할을 해야 할 한전 경영층의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자발적으로 관료 체제에 복속한 탓일 수 있다. 최근 탄소 중립 등 각종 개혁 정책 과제 도입으로 전력 부문 개혁이 쉬어진 지금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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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우선 정책 과제인 탄소 중립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원칙은 사실 전력 사업 우선 적용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다. 전력 산업에 우선적으로 도입 가능한 단기 정책 과제는 ESG 투자 효율화 방안이다. 2050년 탄소 중립은 장기 과제이고 그 실행 수단이 아직 불투명하다. ESG 추진 동력 회복을 위해서는 지난 2년 연속 연 2조 원대 순손실을 기록한 한전의 적자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필수다. 특히 신재생 공급의무비율(RPS)과 배출권거래제(ETS) 등 정책 부응 비용은 3조 원 수준에 달한다. 한전 전체 적자를 넘는 규모다. 이들 정책 비용이 없다면 수지 균형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들 정책 비용 폐지가 불가능하고 순차적 요금 체계의 내부 흡수만 가능하다면 ESG 경영은 차기 정부에서도 불가능할 것 같다. ESG와 신재생 전원 확대가 서로 상충되는 불상사도 우려된다. 과학적 정책 구성 논리의 부족 탓이다.

한전 경영을 정치 이념에서 최대한 격리하는 전력 정책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 자본 50조 원대 후반에 자본보다 적은 부채 규모와 100조 원대를 넘는 자산을 가진 국영기업 한전은 원래 걱정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국제적 회계 준칙(자회사 포함 연결 기준)으로 보면 부채가 자본의 약 150%에 달한다. 원전 축소, 신재생 확대 등에 따른 발전 자회사 적자 때문이다. 더 이상 방치하면 연료비 연동제로도 수습이 불가능할 것 같다. ‘탄소 중립 전력 산업구조’ 접근에도 큰 장애가 될 것이다. 수소경제도 마찬가지이다. 그야말로 최악의 정책 실패가 될 수 있다.한전 경영 전략의 ‘제자리 찾기’가 절실한 이유다.

전력 시장의 다양한 실패 요인을 최대한 극복하고 소비자인 국민을 위해 한전 경영의 사회적 합의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전력 공급 안보를 위해 정부와 각종 이해집단의 개입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사회적 합의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경영진의 사회적 신임이 바닥이라면 실패는 당연하다.

미래 전력 사회 도래가 분명한 지금 이것은 단지 한 공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한전 경영에 특정 이념이 개입되거나 관료제를 옹호하는 관행을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 특히 이사회 구성원인 비상임이사와 사장 등 상근 임원 선정에 유념할 필요도 있다. 지금 우리 에너지 전문가 집단은 실물시장과 마찬가지로 독과점, 정치화, 융복합 부족 등 시장 실패 요인이 만연해 있다. 여기에 관료주의와 정치 이념까지 가세하면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러한 실패가 복잡한 전력 기술 체계와 뒤얽혀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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