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서부가 폭염에 산불까지 겹치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다. 해안에서는 수억 마리의 바다 생물이 떼죽음을 당했다.
10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서부 지역이 지난 6월 중순부터 열돔 현상에 따른 폭염에 시달린 가운데 이날 미 캘리포니아주 전역과 남서부 주요 도시들이 폭염의 영향권에 들었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이날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7.2도까지 올랐다. 이는 1942년 7월 24일에 세워진 최고 기록과 같은 수준이다. 데스밸리는 9일 54.4도까지 상승했다. 9일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본토의 평균기온은 22.6도로 127년 만에 가장 뜨거운 6월을 보낸 것으로 기록됐다.
여기에 곳곳에서 산불까지 잇따르면서 미 서부의 고충이 더욱 커졌다. 산불이 마을로 번져 가옥이 타버리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애리조나주에서는 10일 프레스콧 국유림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 출동한 항공기가 추락하면서 소방관 2명이 순직했다.
이상 고온에 북미 서부 태평양 연안의 홍합·조개·불가사리 등 바다 생물들도 떼죽음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북미 서부 해안에서는 마치 누군가가 삶아놓은 듯 입을 벌리고 죽은 홍합과 조개류가 바위들을 뒤덮고 있으며 불가사리도 상당수 폐사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의 해양생물학자인 크리스토퍼 할리는 “홍합만 수억 마리가 죽었고 따개비·소라게·갑각류·해삼 등을 모두 합하면 폐사한 동물은 10억 마리를 넘는다”고 추산했다.
전기 사정도 악화하고 있다. 현지 송전 사업자인 캘리포니아독립시스템사업자(ISO)는 보도 자료를 내고 “극단적인 기온으로 캘리포니아주 송전에 차질이 생겨 전력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리건주의 화재로 오리건과 캘리포니아를 잇는 송전선 3곳이 차단되면서 캘리포니아의 예비 전력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