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탈원전 정책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원전주들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원전주들은 탈탄소가 시급한 상황에서 탈원전 정책의 수정에 대한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강세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 가동 허가, 체코와의 기술 협력 등의 호재에 더해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탈원전 정책 비판 행보를 보이고 있어 대선 국면에 진입할수록 원전주가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오르비텍(046120)은 전일보다 2.1%(180원) 오른 8,74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산중공업(034020)은 2.3% 내렸고 보성파워텍(006910)(-2.95%), 에너토크(019990)(-2.9%)도 소폭 하락했다. 원전주들은 최근 소폭 조정이 있었으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와 비교하면 적게는 19%부터 많게는 155%까지 주가가 상승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밝히며 주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후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보류하고 경북 영덕군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취소하며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당시 2만 원대였던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석탄 화석 발전의 퇴조로 인한 실적 부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겹치며 2,000원대까지 떨어졌고 에너토크는 5,000원대였던 주가가 1,000원대까지 하락하는 등 급락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탈탄소 정책을 강조하며 탈원전 정책이 약화되자 원자력 기업들의 주가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올 5월 개최됐던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이 해외 원전 사업 공동 진출에 합의하며 원전주들이 들썩였다. 또한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과 관련해 체코와 기술 협력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이어 이달 9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한울 1호기 운영을 조건부로 허가함에 따라 주가가 문 대통령 취임 전 수준으로 회복함과 동시에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문 대통령 취임 직후 2만 1,400원이었던 주가가 12일 기준 2만 5,500원으로 18.9% 상승했다. 보성파워텍은 2,815원에서 5,260원으로 86.9% 올랐고 에너토크(76.5%), 오르비텍(70.4%), 한전기술(154.6%) 등도 급등하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원전주들이 탈탄소 정책 덕분에 원자력의 필요성이 늘어나며 탈원전 정책 발표 이전 수준의 주가를 회복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말 문 대통령이 탄소 중립 선언을 하며 원전주가 상승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원자력이 필수적 요소로 꼽힌다. 미국·영국·일본 등은 발전 원가가 낮은 원전을 활용한 그린수소 확보 로드맵을 이행하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원전주가 재조명을 받는 만큼 당분간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차세대 원전인 SMR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MR은 300㎿급 이하의 출력을 지닌 소형 원자로로 하나의 용기에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담은 일체형 원자로다. 기존에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 비용이 저렴하고 소형이라 태양광·풍력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해 분산형 전원을 구축할 수 있어 ‘스마트 원전’으로 불린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올 5월 SMR 개발 노력에 주목하며 한국 원전 산업에 대해 긍정적인 부분을 보기 시작했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내놓기도 했다. CLSA는 “한국수력원자력이 ‘혁신형 SMR' 개발에 나서고 있고 산업통상자원부도 연구개발(R&D)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정부가 해외 원전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원전주들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사우디와 영국 원전 프로젝트는 한국전력이, 이집트와 체코 프로젝트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프로젝트를 따낼 경우 한전기술·두산중공업 등과 손을 잡고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원전 수출과 SMR 상용화 덕분에 원전주들은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 지속적으로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행보를 보인다는 점도 원전주들에는 호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