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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간 브랜슨 회장…별을 바라보던 소년, 지구를 내려다 보다

■민간 우주관광 시대 활짝

우주선 'VSS유니티' 고도 88㎞서

4분간 미세중력 체험뒤 지구 귀환

71번째 생일 앞두고 평생꿈 이뤄

"마법같은 경험…누구나 하게될 것"

베이조스·머스크 우주사업 확장

내년부터 연간 400회 운항 목표

우주비행선 'VSS유니티'를 타고 고도 88.5㎞에 도달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창밖에 펼쳐진 지구와 우주의 모습을 보고 미소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우주비행선 'VSS유니티'를 타고 고도 88.5㎞에 도달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창밖에 펼쳐진 지구와 우주의 모습을 보고 미소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7시 40분(현지 시각) 미국 뉴멕시코주 스페이스포트우주센터에서 자신이 창업한 버진갤럭틱의 우주비행선 ‘VSS유니티’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모선인 ‘VMS이브’가 동체 아래에 유니티를 매달고 13.6㎞ 상공에 도달하자 유니티는 이브에서 분리돼 음속 3배인 마하3의 속도로 우주 가장자리를 향했다. 브랜슨은 고도 88.5㎞까지 도달해 약 4분간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중력’ 상태를 체험한 뒤 지구로 귀환했다. 이륙한 지 약 1시간 후 유니티에서 내린 브랜슨은 주먹을 불끈 쥐며 아내와 자녀·손주를 껴안았다. 500여 명의 관중은 환호성을 질렀다. 외신들은 브랜슨이 민간 우주관광의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브랜슨이 우주비행에 성공하면서 우주관광에 대한 전 세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주관광의 첫 테이프를 끊은 버진갤럭틱에 이어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의 비행이 이어지고 내년에는 우주관광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랜슨은 지구 귀환 직후 단상에 올라 “한때 별을 바라보며 꿈을 꾸는 아이였던 제가 아름다운 우리 지구를 내려다보는 우주선에 탄 어른이 됐다”면서 “모든 것이 그저 마법 같았다. 아직도 우주에 있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은 모두가 우주에 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다음 세대의 사람들이 우주비행사가 되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미세중력' 상태를 경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미세중력' 상태를 경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950년 7월 18일생인 그는 자신의 일흔 한 번째 생일을 일주일 앞두고 드디어 평생의 꿈을 이뤘다. 지구 억만장자들이 벌이는 우주관광 경쟁에서 ‘최초’라는 역사적 이정표까지 세웠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비행 성공은 버진갤럭틱 설립 이후 17년간 비행 실패와 지연 끝에 이뤄진 것”이라며 “브랜슨은 그동안 10억 달러(약 1조 1,470억 원)의 사재를 쏟아부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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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브랜슨의 비행은 미국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을 설립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이사회 의장보다 9일 빨랐다. 베이조스는 오는 20일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2주년 기념일에 맞춰 남동생 마크와 82세 여성 월리 펑크 등과 함께 직접 우주관광 체험에 나설 예정이다. 당초 브랜슨은 늦여름쯤 비행에 나설 방침이었지만 베이조스의 여행 계획을 고려해 일정을 앞당겼다.

베이조스와 일론 머스크는 브랜슨의 첫 우주관광을 축하했다. 베이조스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비행을 축하한다”면서 “‘우주관광클럽’에 어서 빨리 가입하고 싶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뉴멕시코주 발사장에서 브랜슨의 우주비행을 직접 지켜봤으며 브랜슨의 출발에 앞서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다. 하지만 베이조스와 머스크는 브랜슨을 겨냥한 견제구도 날렸다. 베이조스는 ‘블루오리진의 우주로켓이 더 높이 비행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럽 국제항공우주연맹은 고도 100㎞인 ‘카르만 라인’을 넘어야 우주로 정의하는데 브랜슨의 우주관광은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우주에 도달하는 것과 (더 먼) 궤도까지 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블루오리진과 버진갤럭틱의 우주관광을 한 수 아래로 평가했다.

브랜슨의 비행 성공을 계기로 세 억만장자의 우주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버진갤럭틱은 앞으로 두 차례 추가 시험비행을 한 뒤 내년부터 완전한 상업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25만 달러(약 2억 8,000만 원) 정도의 가격에 600여 장의 우주관광 티켓을 예약 판매했으며 지난달 말 미 연방항공국(FAA)으로부터 우주관광 사업 면허를 받았다. 예약자 중에는 머스크는 물론 앤젤리나 졸리, 브래드 피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톰 행크스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티켓 가격을 4만 달러까지 낮추고 연간 400회 이상 비행에 나서겠다는 것이 버진갤럭틱의 최종 목표다.



베이조스와 머스크의 우주사업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베이조스는 우주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 5일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직에서 물러났다. 올 5월에는 우주사업 투자금 마련을 위해 25억 달러어치의 아마존 주식을 매각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우주계획은 관광을 넘어선다. 스페이스X는 우선 올 9월 일반인 4명을 우주선에 태워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 비행에 도전한다. 또한 2023년 달 관광에 나선다는 계획도 공개한 바 있다. 더 나아가 머스크는 2026년까지 화성에 유인우주선을 보내고 2050년까지는 100만 명을 화성에 이주시키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이를 위해 스페이스X는 화성 이주용 우주선 ‘스타십’의 발사와 회수에 사용될 해상 우주공항을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민간 우주관광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UBS그룹은 2030년까지 글로벌 우주관광 사업이 연간 40억 달러의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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