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5조 4,100억 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매우 긍정적인 경기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현장 현황과 괴리된 인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원자재 가격 급등, 주 52시간제 시행,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이어 내년도 최저임금까지 인상된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13일 중진공은 업종별 경기전망 기상도와 동향이 담긴 '중소벤처기업 현장조사 브리프'를 통해 전 업종에서 전년 대비 경기 반등이 기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상도는 각 32개 지역본·지부의 100여 개 사례와 함께 산업연구원과 하나금융연구소의 자료를 참고해 나타낸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 맑음, 구름조금, 구름, 흐림, 비 등 5단계로 업종별 경기 현황을 표현한 기상도에서는 9개 업종 중 5개 업종이 최상 단계인 '맑음'으로 표기됐다. 차상 단계인 '구름조금'은 나머지 4개 업종이었고 부정적인 동향을 나타내는 업종은 없었다.
철강 산업의 경우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철강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공급 부족으로 수급 불균형이 우려된다"며 "철광석 가격 급등과 주요국 경기회복으로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62.9% 증가하는 등 업황 개선 추세"라고 '구름 조금'을 표기했다. 이어 "하지만 알루미늄, 철판 등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기업들의 애로가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부분에서는 가상융합기술(XR)과 웹툰,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소개하며 경기 호전망을 강조했다. 반면 바로 직전 현장조사 기상도에 포함돼 '흐림'으로 나타났던 의류·섬유 산업은 이번 분기에는 제외됐다.
한 금속 중소기업 대표는 "일부 몇개 업종이나 기업의 경우 수출이 회복될 수는 있으나 중소기업은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납품 단가 조정을 아직도 못 받고 있다"며 "이전 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비슷하더라도 수익은 훨씬 더 줄었으며,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진공의 전망은 국가 공인 통계와도 괴리가 크다. 지난 6월 기준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8로 두 달째 횡보하고 있으며, 5월 기준 제조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체감경기(BSI)의 차이 지난 1월(13), 2월(23), 3월(21), 4월(24)로 벌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경기전망지수(SBHI)는 올해 상반기 77.6에서 91.6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매출 기준으로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45.7%에 달하고 호전은 10.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통계 전문가는 "정책 자금 집행 기관이 경기 전망을 잘못 내놓을 경우 현장 중소기업들에게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통계 발표에 있어 공공 기관이 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진공은 "경기 전망이 중소기업까지 영향을 미치는 데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현장 사례를 바탕으로 한 브리프로 공식 통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