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月 10만원 저축땐 30만원 지원…'일자리'를 돈으로 때우는 정부

[ '청년 표심잡기'에 혈세 8조]

대선 앞두고 뉴딜에 엉뚱한 청년정책 대거 포함

고용 대책은 여전히 단기 일자리…대부분 재탕

"정부 혜택 받으려면 3년 간 알바만 해야할 판"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4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4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14일 내놓은 ‘한국판 뉴딜 2.0’ 대책의 핵심은 청년층 지원과 격차 해소다. 당초 국가 미래 산업 대전환이라는 목표 아래 디지털·그린 산업에 대한 육성 정책을 담았던 한국판 뉴딜에 엉뚱한 청년 지원 프로그램이 대거 포함된 것이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청년층의 민심 이반을 확인한 정부가 2030을 끌어안기 위해 돈 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청년 정책은 △자산 형성 △주거 안정 △교육비 경감 등으로 구성됐다. 청년들의 거주 부담을 덜어 목돈 마련을 돕겠다는 취지다. 실제 최근 몇 년 동안 청년층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전·월세금이 크게 올라 29세 이하 가구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LTI)은 지난 2018년 120.2%에서 지난해 136.5%로 뛰었다. 빚 부담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문제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대다수가 기존 정책을 재탕한 수준에 불과할뿐더러 괜찮은 직장에서 일하며 ‘기회’를 얻고 싶은 청년들에게 일회성 ‘진통제’를 주는 선에서 마련됐다는 점이다. 가령 청년이 월 10만 원을 3년 동안 납입하면 정부가 최대 1,080만 원을 매칭해 추가로 돈을 얹어주는 ‘청년내일저축계좌’ 프로그램의 경우 기존 중위소득 50%(월 91만 4,000원, 1인 가구 기준)였던 가입 기준을 중위소득 100% 이하(월 182만 8,000원)로 확대한 대책이 그러하다. 정부가 기존 대책이 어떤 효과를 냈는지 정교한 분석을 하기에 앞서 선거에 패배한 청와대와 여당의 압박에 대책을 급조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급격히 일어나 기존 고용구조가 붕괴되는 상황이라면 다양한 청년 소득 보강 대책을 써야 하겠지만 현재는 그 정도의 급변 사태가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청년들이 미래 산업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직무 훈련을 확대하고 향후 위기 상황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남겨두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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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기 시한 내에 소득이 오르면 계약이 자동 해지되도록 상품이 설계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 이지윤 씨는 “정부가 주는 혜택을 보려면 3년 동안 알바만 하라는 얘기가 아니냐”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정부는 상품이 출시되는 내년까지 상품 계약이 해지되는 소득 인상 폭을 확정해 소득이 ‘조금만’ 오른 청년층은 구제해주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더해 연 소득이 2,200만~3,600만 원인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희망적금’ 프로그램도 확대 개편된다. 이 소득 구간에 해당하는 청년이 연 최대 600만 원씩 2년 동안 적금을 부으면 시중금리에 더해 최대 2~4%포인트의 이자를 더 얹어준다. 또 총급여 5,000만 원 이하 청년은 연 600만 원씩 최대 5년 만기로 펀드 납입액의 40%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이 밖에 군 장병들에 대해서는 장병이 매달 30만 원을 넣으면 정부가 3 대 1 비율로 매칭해 10만 원을 납입해주는 식으로 정부 지원을 확대해 기존 ‘장병내일준비적금’의 혜택을 늘린다. 월 납입 한도는 장병 1인당 40만 원이다

주거 안정 프로그램도 대거 신설 및 확대된다. 연 소득 5,000만 원 이하 청년도 ‘청년 전용 보증부월세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소득 기준(기존 2,000만 원)이 완화되고 대출 대상이 되는 월세 한도도 기존 6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이 상품의 경우 월 20만 원까지는 이자를 한 푼도 받지 않고 월 2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연 1%의 초저금리가 적용된다. 최근 급등한 집값 현실을 반영해 ‘공적전세대출보증’과 ‘주금공 전세금반환보증’ 상품의 기준 및 한도가 각각 현재 5억 원에서 7억 원으로 상향된다.

교육비 부담도 줄어든다. 기초·차상위 가구에 대한 국가 장학금 한도가 현 52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인상되고 취업 후 학자금 상환대출 프로그램(ICL)의 지원 대상도 현 학부생에서 대학원생으로 확대된다. 여기에 더해 미취업 34세 미만 청년에 대해 최장 5년 동안 채무 상환을 유예해주는 채무 조정 지원 혜택도 추가된다.

선심성 정책에 더해 전통적 뉴딜 정책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청년층 일자리 마련 대책도 대부분 기존에 존재하는 정책의 일몰을 연장하거나 ‘프로그램 운영을 내실화한다’는 수준으로 마련됐다. 이에 따라 고용 증대 세액공제 및 청년근로소득세 감면 혜택의 일몰을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중소·중견기업이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청년을 채용하면 6개월 동안 월 최대 18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세종=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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