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CPI 급등에 파월도 "인플레 수개월 계속될 것"

"상황 따라 통화정책 기조 조정"

집값·임금 인상發 물가도 불안

연준 빠르면 연내 테이퍼링 전망

/로이터연합뉴스/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수개월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큰 틀에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현 물가 급등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한 것이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3년 만에 가장 크게 오른 데 따른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왔다.



1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의회 증언에 앞서 공개된 준비 발언문에서 “인플레이션이 최근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앞으로 수개월 간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물가 상승률이나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당초 목표치(2% 상승)를 넘어설 징후가 발견된다면 통화정책 기조를 적절히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파월 의장이 3주 전 하원 청문회에서 향후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로 "다시 떨어질 것"이라고 자신한 것과 달리 이날 서면 발언에서는 목표치 달성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전망하지 않았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다만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시작과 금리인상 등 실제 기조 변경 시점에 관해서는 "아직 '상당한 추가 진전'의 기준까지는 갈 길이 멀다"며 시장을 안심 시켰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CPI는 전년 대비 5.4% 상승해 지난 2008년 8월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시장 전망치인 4.9%는 물론 전달인 5월의 5.0%보다도 크게 오른 것이라 시장 우려를 키웠다. 특히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대비 4.5% 상승해 1991년 11월 이후 근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고차와 트럭 가격이 전년 대비 45.2% 올라 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미국 백악관도 입장 변화를 나타냈다. 전날 뉴욕타임스(NYT)는 정부 고위 관계자 2명을 인용해 최근 백악관 보좌관들이 “강력한 물가 상승이 1년 이상 지속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가 이날 “최근 물가 상승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기저 효과의 영향”이라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달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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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중고차 가격 상승세가 누그러지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콕스오토모티브의 조너선 스모크 이코노미스트는 “중고차 도매가격이 4개월 연속 최고치를 기록하다가 지난달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중고차 가격 급등세의 정점이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중고차 가격이 연말까지 6월 대비 9%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주택 가격은 우려할 만하다. 제프리스의 아네타 마르코우스카 이코노미스트는 “임대료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자동차 등)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의 회복과 밀접한 영역을 넘어 더 광범위해지기 시작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중고차 가격 하락에도 임대료가 물가 상승 압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택 임대료는 전년 대비 2.6%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다만 통상 주택 임대료는 집값이 상승한 후 오른다. 즉 최근의 집값 상승세가 아직 CPI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은 점도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 전날 뉴욕 연방준비은행 발표에 따르면 향후 1년간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4.8%로 201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비자가 물가 상승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저항 요인이 적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날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가게 되면 현재의 인플레이션 압박은 사라질 것”이라며 “(테이퍼링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시작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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