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향후 20년 내 휘발유와 디젤 엔진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등 강력한 ‘탄소 규제’ 방안을 내놓는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날 역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기 위한 패키지 정책인 ‘핏 포 55(Fit for 55)’를 발표할 예정이다. 외신에 따르면 ‘핏 포 55’는 교통·제조업·난방 부문에서 탄소 배출 비용을 높이고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항공, 선박 연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세부안도 공개된다. 탄소국경세로도 불리는 CBAM은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중 역내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조치다. 철강과 시멘트 산업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제조업 집약적인 산업 구조상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한국 수출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U의 이번 계획에는 또 차량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 강화로 2035년 혹은 2040년까지 EU 내에서 신규 휘발유·디젤 자동차의 판매가 사실상 금지될 수도 있는 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EU 탄소 배출권거래제(ETS) 시장 개편으로 공장·발전소·항공사 등이 이산화탄소 배출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고 서민 경제와 직결되는 건물·교통 부문에도 탄소 배출 비용을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도 처음으로 ETS에 추가될 수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2050년까지 EU를 최초의 '탄소 중립' 대륙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한 기후변화·환경 분야 청사진을 담은 '유럽 그린 딜'을 제안한 바 있다. 또 지난달에는 이 같은 목표가 법적 구속력을 갖도록 하기 위한 유럽기후법을 채택했다. '기후 중립'이라고도 하는 '탄소 중립'은 온난화를 유발하는 탄소 배출량을 신재생 에너지 발전 등 탄소 감축 및 흡수 활동을 통해 상쇄, 실질적인 순 배출 총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전날 트위터에 "유럽인들은 이미 결정했다. 그들은 2050년까지 EU를 기후중립으로 만들기를 원한다"면서 "내일 우리는 우리의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계획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의 이번 제안은 27개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협상은 힘든 과정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내다봤다. 이미 이 같은 계획을 두고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북유럽 회원국과 경제의 탈탄소화의 사회적 비용을 우려하는 동유럽 회원국 사이에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