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한 교외 마을에서 애완용 토끼 수백마리를 키우는 여성이 이웃들과 다툼을 벌인 가운데 현지 법원은 "토끼가 마을을 떠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뉴질랜드 북부 오클랜드 교외 마운트 이던의 한 별장에서 토끼 수백마리를 기르는 일레인 코울린(82)의 사연을 전했다.
코울린은 지난 2014년 8월 지역 애완동물 가게에서 토끼 네 마리를 구입했다. 딜런 루이스는 토끼 전용 돌보미로 일하며 코울린과 함께 살게 됐다.
토끼들은 중성화를 하지 않는 까닭에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통상 포식자가 없을 경우 토끼는 매년 약 3.5배씩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400마리의 토끼를 3년간 방치할 경우 마운트 이던의 전체 인구 수(1만4,700명)보다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코울린과 루이스는 “처음 4~5년은 숫자를 셌지만 그 이후로는 몇 마리인지 알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한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토끼의 먹이를 주고 기르는데 일주일간 700뉴질랜드달러(약 56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을 주민들은 급격히 늘어난 토끼의 배설물, 사체, 토끼구멍 등에 시달렸다. 이에 오클랜드 당국에 문제를 제기했다. 루이스는 동네 고양이가 토끼를 죽이고 있다며 이웃 주민들을 의심해 극심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뉴질랜드에서는 야생 토끼를 해로운 동물로 간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끼로 인한 농업 손실액이 매년 5,000만 뉴질랜드달러(4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토끼뗴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도 제기했다. 뉴질랜드는 최근 저금리 등으로 주택 수요가 늘며 마운트 이던 같은 교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지난 7년간 집값이 70% 올랐다. 최근 1년은 18% 오르며 평균 집값이 190만 뉴질랜드달러(약 15억3,000만원)가 됐다.
결국 주민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뉴질랜드 환경법원은 지난달 코울린에게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토끼 개체수를 줄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16마리의 중성화한 토끼를 제외한 모든 토끼는 오는 8월2일까지 사라져야 한다”며 "울타리를 쳐서 이웃들의 집에 토끼가 침범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코울린은 “지금까지 토끼 200마리를 안락사시켰고 현재는 53마리만 남았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그는 나머지 토끼는 동물보호소 등으로 이관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토끼가 남아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코울린은 남편과 사별한 이후 토끼를 키우기 시작했다. 또 남편과 함께 살았던 추억이 가득한 집도 떠나지 않을거라 밝혔다. 그는 최근 급등한 집값 탓에 주민들이 더 각박해졌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마당 앞 전선에 비둘기 100여 마리가 날아드는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에 루이스는 "비둘기에게도 먹이를 주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