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인돌2.0] “과학지식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들고 성장시켜 줍니다”

남산도서관이 마련한

장형진 대표의 ‘출발! 신나는 과학여행’

서울 세화여자고등학교 학생들 대상으로

과학의 역사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 가져

장형진 대표가 지난 14일에 열린 온라인 강의에서 서울 세화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장형진 대표가 지난 14일에 열린 온라인 강의에서 서울 세화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지난 14일 온라인 강의실에 서울 세화여자고등학교 30여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입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학의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는 특별한 강좌가 열렸기 때문이다. 남산도서관이 지역 청소년의 인문학 사고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강의는 장형진 과학하는 인간 대표가 맡아 진행했다. ‘과학하는 인간’은 과학 관련 콘텐츠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다.



장 대표는 문명을 발전시킨 과학이 어떻게 태어났고 성장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장 대표의 쉽고 재미있는 강의에 학생들은 두 시간 동안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강의에 집중했다.

약 1만 년 전인 신석기 시대에 농경과 목축이 시작되면서 사회의 규모도 점차 커졌다. 그러나 과학은 그만큼 발달하지 못했다. 과학에 무지한 사람들은 전염병 등의 재해가 발생하면 신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기원전 6세기경 밀레토스학파를 중심으로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자연의 원리와 변화를 신이라는 절대자에 맡기지 말고 인간의 영역에서 이해하자는 것. 밀레토스학파의 이 같은 과학적인 태도는 과학문명 발달의 씨앗이 됐다. 학자들은 하늘을 관측해 천상의 세계를 설명하는 것부터 자연의 복잡한 질서를 알아가려고 노력했다. 장 대표는 “인간이 우주에 중심에 있고 우주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라고 여긴 세계관은 수 천년동안 강하게 자리 잡았었다”며 과학지식이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돈다는 ‘지동설’에 어떻게 이를 수 있었는가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년)는 우주의 중심에 우리가 있고 행성들은 우리 주위를 원운동을 하며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는 이후 2,000년간 유럽사회를 지배했다. 생물학, 물리학, 천문학에 이르기까지 독보적인 영향력을 펼쳤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서 벗어나 원운동을 역행하는 행성이 관측됐음에도 학자들은 그의 이론에 반기를 들지 못했다. 16세기 코페르니쿠스(1473~1543년)는 태양이 중심에 있고 지구가 태양 주변을 공전한다면 역행하는 행성을 설명할 수 있다고 ‘지동설’을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사람들은 지구가 움직인다면 돌멩이를 위로 던지면 다른 위치로 떨어져야 하는데 던진 위치 그대로 떨어지는 것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관성의 법칙’을 알지 못했던 코페르니쿠스는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후 갈릴레이(1564~1642년)가 관성의 법칙을 증명하면서 지동설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만들었고, 케플러(1571~1630년)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서 벗어나는 행성의 운동에 관한 3가지 법칙(케플러 법칙)을 만들어 지동설에 힘을 실었다. 이후 뉴턴(1642~1727년)이 ‘프린키피아(1687)’라는 제목의 책에서 만유인력의 법칙과 운동 법칙을 사용해 ‘케플러 법칙’을 비롯한 당시 알려진 모든 천체역학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면서 지동설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명확해졌다.

관련기사



장 대표는 “오랫동안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했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우주의 중심에서 멀어졌다”며 “사막의 모래알을 모두 합한 수보다 우주의 별의 수가 더 많을 정도로 우주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우주의 모래알 중 하나인 지구에서 태양에 붙들려 살고 있는 존재”라고 말해 학생들을 잠시 생각에 빠지게 했다. 그는 “추측이나 선입견으로 바라보던 현상들이 과학의 발달로 객관화되고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과학적 사고는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고 성장시켜준다”고 강조했다.

남산도서관이 마련한 장 대표의 ‘출발! 신나는 과학여행’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날 강의를 마치며 장 대표는 “당대 최고의 천재가 오랜 시간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얻어낸 과학적 결과물을 교과서의 짧은 설명 만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며 “좀 더 깊이 있는 책을 접하면서 생각의 시간을 갖는다면 과학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화여고 2학년 김민진 양은 “그동안 과학을 암기 위주로 공부했는데 마치 여행을 떠난 것 같은 재미있는 설명에 과학에 새로운 흥미가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2학년 박민아 양은 “광활한 우주에 관한 설명을 들으니 겸손한 마음이 생겼다”며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알게 해준 유익한 강의였다”고 말했다.

고인돌 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이효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