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의 페이 시장 잠식에 대항해 카드 업계가 간편 결제(앱 카드) 상호 개방을 위한 호환 시스템을 오는 11월까지 개발한다. 빠르면 12월 특정 카드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경쟁사의 신용·체크카드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카드 업계는 시스템 개발이 완료된 후 실제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카드사 간 상호 호환 등록을 위한 연동 규격 및 표준 API 개발 추진’ 사업에 대한 개발 용역을 모집한다고 15일 밝혔다. 이 사업은 각 카드사의 ‘페이’ 애플리케이션을 타사 카드에 개방해 하나의 앱으로 여러 회사의 카드를 등록·이용할 수 있도록 호환 등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각 카드사의 ‘페이’ 앱은 자사 카드 결제만 가능하다. 예컨대 KB국민카드의 KB페이는 KB국민카드 결제용으로 신한카드 결제에는 이용할 수 없다. 신한페이판 앱에서도 국민·하나카드의 결제가 불가능하다.
네이버·카카오·삼성 등 3대 페이 업체가 타 금융사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카드사의 페이 앱도 이들처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서로 연동할 수 있도록 공동의 규격을 개발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입찰을 통해 선정된 업체는 계약일로부터 최대 3개월간 개발한다. 이에 따라 11월 말까지 호환 등록 규격과 표준 API를 개발하고 12월이나 내년 초 실제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점쳐진다.
관건은 카드 업계 중 얼마나 많은 회사가 참여할지다. 6개 전업 카드사와 BC카드·NH농협카드 등은 지난 5월 페이 개방 시스템 가동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실제 참여는 시스템 개발 이후 결정하겠다는 게 대부분이다. 빅테크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로 시스템 개방에 모두 공감대를 이뤘지만 카드사 간 고객 뺏기만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페이 플랫폼이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에 맞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성패가 참여 규모에 달렸다고 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B·신한금융 등 금융지주의 카드 계열사에서는 자체 플랫폼이 시장에 자리잡기 위해서 상호개방에 적극적인 편”이라며 “다른 카드사 입장에서도 빅테크가 주도해온 플랫폼의 독점이 깨져 수수료 경쟁 등 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