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자의 눈] 여가부 존재의 의미

사회부 김태영 기자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4일 열린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제공=여성가족부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4일 열린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제공=여성가족부




48.6%. 지난 12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는 적절하다’고 응답한 국민의 비율이다. 여성 중 여가부 폐지에 동의한 비율도 38%나 됐다. 야권발 폐지론이 거센 가운데 이 같은 결과를 받아든 여가부로서는 뼈아플 것이다.



차가운 여론은 반복된 여가부의 실기와 무관치 않다. 여가부는 지난해 여권 인사들의 권력형 성범죄가 불거졌을 때 피해자 보호는커녕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였다. 정의기억연대의 보조금 부정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소극적으로 일관했다. 2019년 발간한 ‘초중고 성평등 지도안’에서는 ‘김치남’이 혐오 표현이 아니라고 했다. 성 평등 정책 주무 부처라고 믿기 힘든 대응들이었다.

관련기사



그렇다고 부처를 해체하면 그만일까. 속이야 시원하겠지만 문제가 더 꼬일 공산이 크다. 여가부의 정책은 의외로 다양하다. 학교 밖 청소년부터 한부모 가정, 결혼 이주 여성까지 타 부처에서 후순위로 밀리기 쉬운 집단에 초점을 맞추고 정책을 추진한다. ‘여가부의 존재 이유’인 성 평등도 여전히 요원하다. 많은 분야에서 성 차별이 개선됐지만 고용과 정치 영역의 성 격차가 견고한 탓이다. 교육·건강·정치·경제 지표를 종합한 세계경제포럼(WEF)의 ‘성 격차 지수’를 보면 한국은 156개국 중 무려 백두 번째로 남녀 격차가 크다.

이 와중에 청년층의 젠더 갈등은 심화하고 있다. 또래 여성이 취업 준비를 하는 동안 청춘을 군대에 저당 잡히는 청년 남성들에게 ‘여성은 약자’라는 해묵은 공식이 먹힐 리 없다. ‘여성들이 고용 시장에서 차별 받고 경력이 단절되면 국가 경제에 손해니 한시적으로 여성 고위직을 늘려 문제를 해결하자’는 국제적 정책 기조가 한국에서 유달리 배척 받는 기저엔 먹고살기 힘든 청년들의 현실이 있다.

그렇기에 여가부가 더더욱 필요하다. 정책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젠더 갈등을 해소하는 주무 부처로서 말이다. 마침 정영애 장관이 지난 14일 “남녀 중 어느 한쪽도 차별 받지 않는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여가부의 출발점이자 목표”라고 한 것은 반갑다. 필요하면 부처명을 ‘양성평등부’로 바꾸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겠다”는 여가부의 다짐이 공염불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김태영 사회부기자김태영 사회부기자


김태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