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중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을 밝히기 위한 추가 조사에 협조할 것을 촉구하자 중국이 우방국을 동원해 WHO를 압박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16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문답 형식의 입장문에서 세계 48개국이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코로나19 기원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 국가들은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뒤 기원 조사는 WHO 전문가들이 중국 우한(武漢)을 방문한 뒤 발표한 조사 보고서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19 기원 문제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해결해야 할 과학의 문제로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중국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며 WHO 사무국은 회원국과 협력해 기원 조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입장문에서 “많은 개발도상국이 연명 편지로 정의로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미국이 소수국가를 협박해 정치공작을 하며 사실을 왜곡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며 “국제사회의 공정과 정의가 어디에 있는지 충분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또 “중국은 코로나19 기원 문제에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며 가장 먼저 WHO와 협력했고, 미국·영국·호주 등의 전문가들이 중국에서 연구·분석한 결과를 보고서로 발표했다”면서 “중국에서의 연구는 코로나19 기원을 밝히는 데 좋은 기반을 다졌고, 전 세계는 중국의 개방적이고 투명한 태도를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에 대한 코로나19 추가 조사 필요성을 주장하는 미국을 향해 “사익을 위해 과학자들의 협력 성과를 무시하고 진리를 배반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뒤 “이러한 행위는 코로나19 기원 조사 협력을 방해하고 감염병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앞서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15일(현지시간)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지난 2월 중국 우한에서 진행된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에 코로나19의 기원을 밝히기 위한 2단계 조사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2단계 조사에 대해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곧 194개 회원국에 브리핑할 예정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WHO는 지난 2월 중국에서 첫 코로나19 감염자가 보고된 우한에 전문가들을 보내 조사를 시행한 바 있다. 이때 WHO는 현장 조사 보고서를 통해 박쥐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중간 숙주를 거쳐 사람으로 전파됐다는 가설에 무게를 두며 ‘실험실 기원설’ 이 사실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