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제헌절을 맞아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제를 제왕적으로 운영해왔다”며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에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후 첫 공식 메시지로 자신을 둘러싼 개헌론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제헌절에 “5·18의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며 정치 참여 선언 이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는다. 국립5·18민주묘지 참배와 광주시민과의 만남을 통한 호남·진보 껴안기 행보로 풀이된다.
최 전 원장은 16일 제헌절 관련 메시지로 “현행 헌법대로 국정을 운영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개헌을 통한 권력 구조 변화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개헌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반대의 이유로 대통령제의 폐해가 제도가 아닌 운영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우리 정치의 끊임없는 갈등과 반복, 극한적인 투쟁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그동안 통치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밖에서 행사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최 전 원장은 대통령제의 제왕적 운영 사례를 조목조목 나열했다. 그는 “헌법에 규정된 제청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고 국가의 정책 수립이나 집행 과정에서 통치자의 의중에 따라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권한을 넘어선 인사개입도 많았다. 그 결과 공직자들이 국민보다는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비판했다.
최 전 원장은 “대통령도 헌법 아래”라면서 “헌법에 충성하고 국민을 섬기겠다”고 약속했다. 또 “헌법 정신을 지키고 법치주의를 정착시켜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래야 국민이 안전하고 국민이 힘을 모아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전 원장은 헌법 이해가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근무했으며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 헌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제헌절에 헌법 정신을 기리기 위해 광주를 찾는다. 그는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유가족들을 만난다. 또 충장로 일대에서 광주시민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민주화 성지에서 호남 민심을 청취하는 방식으로 진보 세력과의 공감대 형성에 나서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5·18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을 피로써 지켜낸 헌법 수호 항거”라며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로 국민 통합과 미래의 번영을 이뤄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또 “(저의) 제헌절 메시지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며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을 피로써 지킨 열사들에 대한 참배로 제헌절의 헌법 수호 메시지를 대신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