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팬들은 이맘때면 응원 선수의 개인 성적 외에 소속팀 성적에도 신경 쓰기 시작한다. 코리안 빅리거들을 응원하는 국내 팬들도 그렇다. ‘가을 야구’를 향한 후반기 레이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코리안 빅리거들의 소속팀 대부분은 각 지구 3위 안팎에서 힘겨운 와일드카드(WC)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구단들은 피가 마르지만 지켜보는 팬들은 흥미롭기만 하다.
류현진(34)의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김광현(33)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각각 45승 42패, 44승 46패를 기록 중이다. WC 레이스에서 토론토는 아메리칸리그 4위, 세인트루이스는 내셔널리그 6위다. 포스트 시즌 첫 판인 WC 결정전 단판 승부에 나가려면 리그별 WC 레이스에서 2위는 해야 하기 때문에 갈 길이 바쁘다.
토론토 에이스 류현진은 18일 오전 4시 7분(이하 한국 시각) 임시 홈 구장인 미국 뉴욕주 세일런필드에서 열리는 텍사스 레인저스전으로 후반기 등판 일정에 돌입한다. 텍사스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의 약팀. 류현진은 지난 4월 텍사스 원정에서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기록이 있다. 당시는 조용한 팀 타선 탓에 패전 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전반기 17경기에서 리그 다승 공동 6위인 8승(5패)을 올리고 평균자책점 3.56을 기록하는 준수한 성적을 냈지만 주 무기인 체인지업의 위력이 떨어지면서 6월 한 달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행히 전반기 마지막 등판인 지난 8일 약팀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챙기기는 했다. 류현진이 날카로움을 되찾아야 토론토의 가을 야구 도전도 탄력을 받는다. CBS스포츠는 ‘재미로 해본 예상’에서 “토론토가 뉴욕 양키스를 꺾고 올라간다. 류현진은 (양키스 에이스) 게릿 콜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현도 18일(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 출격 가능성이 있다.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 마운드에 햇살 같은 존재다. 7월 들어 3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는 동안 15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허리 통증으로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불운에다 5연패 수렁에 빠지기도 했지만 전반기 막판 눈부신 반등을 보였다. 시즌 성적은 15경기 4승 5패, 평균자책점 3.11. 샌프란시스코는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0.640)의 강팀이지만 지난 6일 원정에서 7이닝 무실점의 무결점 피칭을 뽐냈을 때 상대가 바로 샌프란시스코였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신인 백업 내야수 김하성(26)은 노란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하고 새 각오로 후반기를 맞는다. 전반기 성적은 타율 0.208, 5홈런, 23타점, 17득점. 견고한 수비 수준만큼 타격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시즌 전 강력한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로 거론됐던 샌디에이고는 WC 레이스 2위로 후반기를 맞는다.
아직 이른 얘기지만 코리안 빅리거 중 가을 야구 가능성이 가장 큰 선수는 탬파베이 레이스 1루수 최지만(30)이다. 팀이 WC 레이스 1위를 달리고 있어서다. 최지만은 한국인 야수 최초로 월드시리즈를 경험한 지난해의 기억이 생생하다. 무릎 수술로 올 시즌을 늦게 출발하고도 전반기 타율 0.252, 3홈런, 19타점을 남긴 그는 후반기를 ‘본 무대’로 보고 있다.
국내 팬들이 눈여겨볼 또 한 명의 선수가 있다. 빅리그 데뷔를 눈앞에 둔 박효준(25)이다. 박효준은 16일 메이저리그 예비 명단인 ‘택시 스쿼드’에 포함돼 양키스 선수단에 합류했다. 택시 스쿼드에 든 선수는 방문 경기 기간에 빅리그 선수단과 동행하며 콜 업을 기다린다. 양키스는 후반기 출발부터 팀 내 코로나19 확진 선수가 발생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44경기 타율 0.325, 출루율 0.475, 장타율 0.541로 맹활약한 박효준은 조만간 빅리그에서 테스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하성의 야탑고 1년 후배인 박효준은 고3이던 2014년에 양키스와 계약했다. 최고 명문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를 밟는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