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3분기 역성장 복병에…'현금 지원' 추경도 약발 미지수

■ 파장 커지는 4차 대유행…文 자신한 4% 성장률 '흔들'

정부, 수출 양호하다며 4%대 고수

거리두기 연장 땐 민간소비 직격탄

추경도 방역과 배치된 부양에 초점

잇단 재정확대에도 GDP 견인 한계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 현장을 방문해 검사 진행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 현장을 방문해 검사 진행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강력 방역 조치인 거리 두기 4단계가 시행된 지 일주일이 되면서 서울 등 수도권 주요 호텔의 뷔페와 음식점들은 예약 취소가 부쩍 늘고 있다. 오후 6시 이후에는 3인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돼 한 대형 호텔의 경우 식음료 부문 매출이 한 주간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서비스 업계의 매출 감소는 관련 업체들의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민간 소비의 위축을 드러내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달 초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 회복세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을 경고했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경기를 진단하는 그린북에서 4개월 만에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정부가 공언한 성장률 4%대가 위태로워지고 있지만 33조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효과도 크게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추경안 자체가 일시적 현금 지원이나 방역과 배치되는 소비 진작에 초점을 둬 재정 승수효과가 떨어지는 데다 여·야·정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추경 증액을 놓고 갈등과 혼선만 빚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기재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목표로 제시한 성장률 4.2%는 일부 투자은행(IB)을 제외하면 주요 국내외 연구 기관보다 높은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3.6%를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KDI는 3.8%, 현대경제연구원은 3.5%를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로 예상하고 있다.

높은 성장률 전망치에 코로나19 4차 대유행마저 덮쳤지만 정부와 한은은 기존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1년 전보다 26% 증가한 3,032억 달러라는 사상 최고 성적을 기록한 수출이 버텨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5일 “불확실성이 높지만 방역 조치의 효과가 점차 나타난다면 이번 재확산이 성장 흐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조심스레 예측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16일 그린북 브리핑에서 “수출과 투자가 상당히 좋고 아직 코로나 재확산 영향이 지표로 확인된 것이 없어 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고 판단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열흘 넘게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네 자릿수를 나타내면서 ‘통금’에 가까운 거리 두기 강화 조치가 다음 달까지 연장된다면 내수 침체는 가속화할 수 밖에 없다. 밀집도가 높은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출입을 꺼리고 여름휴가를 취소하면 백신 접종 확대와 정책적 효과로 하반기 소비 촉진을 극대화하려 했던 정부 계획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민간 소비는 지난해 5% 감소했고 올해 2.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민간 소비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개선세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여름철 대면 서비스업이 성수기인 7월 초부터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나오면서 오는 8월까지 이어지면 3분기 역성장을 보일 수 있다”며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인 민간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성장률에도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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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지난해 말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보면 직전 사회적 거리 두기 최고 단계인 3단계 적용 시 민간 소비는 연간 16.6%, GDP는 8%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심리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의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0.3으로 올 들어 6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달에는 꺾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가 상승세와 금리 정상화도 변수다. 한은은 늦어도 10월에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0.25%포인트가 큰 숫자는 아니지만 금리를 인상하면 실물경제에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회는 20~21일 예결소위 심사를 거쳐 23일까지 2차 추경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정부는 추경에 따른 GDP 견인 효과를 0.2~0.3%포인트로 분석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에 반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당론으로 못 박은 가운데 정부는 80% 선별 지원을 고수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취약 계층에 우선 지원해야 한다며 반대해 험로가 예상된다. 당정은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백신·방역 관련 예산 등을 최소 1조 원 이상 증액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자영업자 지원금은 직접적인 피해 지원 성격이다. 소비 활성화를 목적으로 편성했던 카드 캐시백과 소비 쿠폰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살아남더라도 시행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당초 정부는 백신 1차 접종률이 50%에 도달하는 8월 중 외식·체육·영화·전시·공연 소비 쿠폰과 스포츠 관람 쿠폰을 뿌리려 했다.

지난달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브리핑에서 “추경 사업 상당 부분이 현금 이전 지출”이라며 “상대적으로 재정 승수가 낮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재정을 풀지만 인플레이션 부담은 덜하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정부 스스로 추경 효과를 크지 않게 본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면 소비 확대를 위한 경기 부양 추경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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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황정원 기자·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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